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12일 청와대는 따로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다. 자칫 검수완박의 이슈에 청와대가 발을 담글 경우에 당 안팎에서 오해를 살 수 있기에 메시지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날 당 내부에서조차 추진 시기와 방식 등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일었던 만큼, 당과 국회의 시간으로 보고 개입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입장을 가질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러 경우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국무회의 때 공포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기에 추후 청와대에 공이 넘어올 가능성도 있다.
이날 의총에서는 4월 국회 강행 처리에 대한 찬반 토론이 일었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 임기내 강행처리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4월 내 국회 법제사법위와 국회 본회의 통과에 이어 5월 3일 마지막 국무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이 공포하는 촘촘한 스케줄을 짠 셈이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도 벌써부터 쟁점이 되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 저지에 앞장서고 있는 김오수 검찰총장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문 대통령을 만나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을 불과 며칠 앞두고 문 대통령이 큰 정치적 짐을 지게 되는 상황에 대해 청와대 일각에서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극히 예외적일 때에만 행사되는 만큼, 문 대통령에게 압박이 생기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불편해하는 기색도 감지된다.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8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질서있는 개혁'을 주문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입법의 영역이지만, 입법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절차에 따라 질서있게, 또 이미 이뤄진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하면서 책임있는 논의를 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의견수렴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라는 점과 당시는 검수완박 움직임에 반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물러난 직후였다는 점 등에서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문 대통령의 '질서있는 개혁'을 바라는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당의 법안 추진 과정에서 벌어지는 논의를 지켜보면서 차차 입장을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론이 정해졌다고 해도 청와대는 국민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일단은 신중한 자세 속에서 여론을 살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