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검수완박 법안 개정 시도가 이달 안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은 12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달 내로 법안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에 대해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검찰청은 민주당 의총 결과가 나오자 "현명한 결정을 기대했지만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한 문장 짜리 입장문을 냈다. 의총 당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 장관을 직접 만나는 등 검찰 조직 안팎에서 총력전에 나섰는데도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강행하자 허탈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수도권의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 조직 차원에서 사용할 카드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변호사 협회나 참여연대 등 유관 기관들이 다 반대하고 있는데도 민주당은 의총을 4시간 만에 끝냈다. 검찰도 반성해야 하지만 이런 현상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다른 검사장은 "민주당 황운하 의원의 '수사권 증발' 표현을 보고 정말 놀라웠고 황당했다. 국민의 피해를 야기하는 범죄 수사는 국가의 책무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검찰 수사는 권한이 아니라 되레 책무일 수 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의 강행 움직임을 마냥 두고 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내일부터 지검 단위 별로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통과까지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해, 그간 검찰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날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수완박 부작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등 여론 설득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김오수 총장이 직을 걸고 법안을 반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 총장이 직접 사표를 내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과 고검장, 검사장급 고위 간부들이 동시에 사표를 내는 초강수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사장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총장뿐 아니라 검사장 대부분이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위헌 소지가 있어 당장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다. 한 검사장은 "당장이라도 위헌 소지를 문제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검사뿐 아니라 현장에서 뛰는 변호사들도 하나같이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누구를 위한 검찰 개혁인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그렇지만 당장 고위직들이 사표 제출 등 집단 행동에 돌입하는 것은 신중하게 저울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검사장은 "총장이 이미 자신의 직을 걸어 (고위직 사표 제출은) 시기가 문제인 상황"이라면서 "당장 의총에서 안건이 통과했다는 이유로 사표를 쓰면 앞으로 우리 선택지가 많지 않다. 앞으로 의안 상정 등 진행 과정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다른 검사는 "검수완박 당론뿐 아니라 남부지검 초임 검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라며 "조직 내에서 큰 사건이 동시에 두 개가 일어났다. 조직 전체가 적잖은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라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김 총장은 앞서 박범계 장관과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검수완박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지난 11일 전국검사장회의 결과를 예로 들며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에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대검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현실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정리한 '국민 불편' 통계를 보도자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대해 직접 브리핑에 나서며 "블랙리스트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지적은 잘못됐다"고 하는 등 검수완박 국면에 총장부터 일선 지검까지 검찰 조직 전체가 전방위 대응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