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에 조회가 있는 곳까지 전동오토바이로 2분이면 도착했다. 배달맨이 모두 도착하고 한 줄로 서면 출석을 부르고 지점 책임자가 전날 발생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오늘의 주의사항을 전달한 다음 회사 정책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함께 구호를 외치면 조회가 끝난다.
10시 20분, 첫 주문!
오전 10시 10분, 진디(金地)센터에 도착한 가오펑이 주문시스템을 열었다. "보통 10시 20분부터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회에서 첫 주문을 받기까지 10분 정도 휴식시간이 있고 그 동안 상가에서 기다린다."
"주문이 도착했습니다!" 10시 20분, 정말 첫 주문이 들어왔다. 진디센터 탕청샤오추(湯城小廚)에서 픽업해 베이징 CBD 완다(萬達)광장 11호 빌딩 10층으로의 배달이었다.
2018년 4월, 메이퇀 배달맨을 시작한 가오펑은 음식 배달에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다. 번화한 상권에서는 되도록 큰길을 피한다. 빨간불이 비교적 길기 때문이다. 고층과 저층 엘리베이터가 나뉜 빌딩에서는 빨리 어떻게 몇 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층까지 계단으로 도착 할 수 있는지 계산 하는 등 이제 그는 눈을 감고도 배달지를 찾을 수 있는 '살아 있는 지도' 수준이 됐다.
2시간에 주문 25건 처리
"제가 속한 지점에는 오피스 빌딩이 많아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가 가장 바쁩니다." 가오펑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과연, 11시가 되기 무섭게 가오펑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점심 12시, 가오펑은 한번에 주문 3건을 받아 1분 1초를 다퉈야 했다. 주문 2건은 같은 빌딩으로 8층과 5층이었다.
빌딩으로 들어간 가오펑은 바로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는 이쪽인데 어디가세요?" 기자가 다급하게 일깨웠다. "이 시간대엔 엘리베이터 못 타요. 복잡한 건 물론이고 줄을 서야 하고 층마다 서기 때문에 계단으로 가는 게 더 빨라요." 가오펑은 대답하면서 벌써 계단의 반을 올라갔다. 가오펑은 단숨에 5층까지 올라가더니 쉬지도 않고 다시 8층으로 향했다. 기자는 이미 더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됐고 가오펑도 땀을 줄줄 흘렸다. 그래도 규정된 시간에 배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주문 2건 배달 완료 후 가오펑의 휴대전화에 새 주문이 들어왔다. 그는 주문의 구체적인 정보를 주의 깊게 보았다. 상가에서 어떤 상점이 엘리베이터에서 가깝고 어디가 계단에서 가까운지, 단지 내 입구가 몇 개인지, 입구에서 건물까지 가장 가까운 길은 어디인지, 가오펑은 손바닥 들여다 보듯 다 알고 있었다.
이 밖에 가오펑은 음식을 배달할 때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 예를 들어 밀크티를 배달한다면 상온, 아이스, 핫에 따라 보관을 달리한다. 상온일 경우는 보온함에 넣지 않고, 아이스라면 겨울이면 그냥 들고 가고 여름이면 보온함에 넣어야 한다…….
"이 배달지는 고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타야해서 4분 정도 늦을 것 같네요." 가오펑은 시스템에 뜬 주문서를 보며 기자에게 말했다. 음식을 받고 뛰고 전동오토바이를 타고 빌딩 아래에 도착한 가오펑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고객에게 전화해 "죄송해요"라고 말했다. 음식을 고객에게 전해주면서도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한 달에 700~800건의 주문 기록에서 그의 배달 시간 정확률은 99.8%에 달했고 고객 만족도는 100%를 기록했다.
플랫폼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중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직업 노동자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배달시장 규모도 수천 억에 달해 가오펑 같은 배달맨이 전국에 약 770만명으로 추산된다. 크고 작은 도시에서 '배달맨'은 도시라는 육체의 모세혈관처럼 빼놓을 수 없는 집단이 됐다. 2020년 초 춘제(春節, 음력 설) 연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겹쳐도 베이징시의 하루 음식 배달 주문량은 40만건에 달했고 2만명의 배달맨이 뛰고 있었다.
평범한 일자리, 평범하지 않은 광채
오후 2시, 가오펑은 점심 피크 이후 첫 번째 주문을 받았다. 주문서에 고객이 담배를 사다달라는 요청을 남겼다. "이런 주문도 받아요?" 기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럼요. 이것도 요즘 배달맨들이 많이 어필하는 문제에요. 배달맨들이 추가 부탁뿐 아니라 음식 배달 후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일도 있는 걸요."
가오펑은 "안 해줘도 되지만 저는 보통 할 수 있으면 해주는 편이에요. 안 해주면 고객 평점이 낮아질 수도 있고 우리도 플랫폼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평점이 낮으면 기분이 안 좋거든요. 이건 아마 제가 완벽하게 일을 해내려고 그러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가오펑은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한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거나 밤에 귀가하는 여성을 위해 전동오토바이로 가는 길을 밝혀주거나 고객을 위해 쓰레기를 버려주는 등, 이 모든 일이 고객과 상점의 호평을 받았다.
시간이 오후 5시를 가리키자 가오펑은 기자에게 저녁 피크 타임이라고 말해주었다. 곧 첫 번째 주문이 들어왔다. 차오양(朝陽) 완다 CBD에서 차오양구 랑자위안(郎家園)로 10호로 가는 배달이었다. 가오펑은 전동오토바이를 타고 육교 쪽으로 내달렸다. 점심 시간에 가던 길과는 전혀 달랐다.
"왜 큰길로 안가고 육교로 가세요?" 기자는 궁금했다. "여긴 5시부터 차가 막혀서 전동오토바이도 못 지나갈 정도에요. 이럴 때는 육교로 가는 게 나아요. 큰길로 갔다간 100% 늦어요."
과연, 육교로 올라가 아래를 보니 큰길은 물 샐 틈 없이 꽉 막혀있었다.
저녁 피크 내내 가오펑은 총 6건의 주문을 받았다. "사실 저녁 피크 타임이라고 해도 이런 상권에서는 주문이 많지 않고 길도 좋지 않아요. 하지만 고객의 수요가 있으니 보통은 8시까지 해요."
저녁 8시, 가오펑은 주문 접수 시스템을 종료했다. 오늘 하루 총 35건의 주문을 받았다. "이건 평균적인 수량입니다. 하루 35건이면 피곤하지 않고 딱 적당합니다. 요즘엔 이런 업무 패턴에 익숙해졌습니다."
평범한 직업에서도 평범하지 않는 빛을 낼 수 있다. 가오펑은 기자에게 "이 직업은 나와 내 가족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한 달에 1만여 위안(약 190만 여 원)이라는 소득이 보장돼 생활 수준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계획에 대해 가오펑은 올해부터 재충전을 시작해 대학교 시험을 본 다음 앞으로의 인생을 다시 짤 계획할 것이라고 했다.
※본 기사는 월간 중국에서 제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