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단골로 등장하는 전기·가스요금 동결 정책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입에서도 나왔다. 지난해 말 문재인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일부 인상을 확정한데다 최근 연료비까지 폭등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예정된 요금 인상을 철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철수 위원장은 지난 4일 "어려움을 겪는 산업계를 돕기 위해 전기·가스요금 같은 공공요금의 한시적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 같은 대책 등 다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지난해 12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인상을 결정하면서 이달 초부터 일부 요금인상이 적용되고 있다. 4월부터 전기요금은 kWh당 6.9원(기준연료비 6.9원+기후환경요금 2원),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은 평균 1.8%(주택용 MJ당 0.43원, 일반용 0.17원) 오른다.
이같은 요금 인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오른 글로벌 에너지 가격 등을 반영한 것이다. 전기요금은 올해 4월 6.9원에 이어 10월에 4.9원 더 오르고, 가스요금도 5월 1.23원, 7월과 10월에는 각각 1.9원(직전월 대비 0.67원 증가)과 2.3원(직전월 대비 0.4원 증가) 오를 예정이다.
안 위원장의 말대로 요금을 동결하려면 이미 관련 절차를 모두 거쳐 확정한 인상계획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모두 이와 관련해 인수위에서 특별한 입장을 전달받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강하게 요구한다면 에너지 공기업들은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이미 요금 인상은 이사회 의결과 부처 간 협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 확정된 것"이라며 "번복은 할 수 있지만 거쳐야 할 일들이 만만치는 않다"고 말했다.
특히 한전과 가스공사 모두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으로서 계속 누적되는 적자로 주주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여기서 소폭 예고된 요금 인상까지 취소한다면 주주들의 집단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 요구에 따라 요금 인상 취소를 의결해야 하는 한전이나 가스공사 내부 이사들의 경우 배임 혐의를 지게 될 위험도 있다.
이에 이미 예고된 요금인상은 최대한 유지하되, 급등한 연료비 반영을 최대한 늦추는 식으로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에도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kWh당 3원을 올려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물가상승에 따른 부담 등을 우려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수용 가스와 달리 매월 연료비 변동이 요금에 반영돼온 산업용 가스의 경우에도 당분간 연동제를 멈춰 실질적인 동결 효과를 내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