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를 둘러싼 '깜깜이' 지적은 계속 반복돼 왔다. 국정원 특활비 폐지와 예산 축소 등 제도는 일부 개편돼 왔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특활비 횡령 의혹 등에 대한 앞선 수사의 경우 증거 확보가 어려워 '각하'되는 사례도 있었다.
김정숙 여사 '옷값 논란' 서울청 반부패 배당…수사 향방은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민생위)가 지난달 25일 김 여사를 업무상 횡령 및 특정범죄가중법(국고등손실) 위반 교사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최근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대통령 부인의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다만 공수처법에 따르면 가족은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저지른 죄에 한정해서만 수사할 수 있다. 경찰은 먼저 사실 관계와 위법성 여부 등을 살펴보는 한편, 공수처 수사 대상인지 등을 파악한 뒤 이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기관에서 맡더라도, 수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특활비가 김 여사 의상 구입 비용 등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은 제기됐지만 이를 드러낼 구체적 정황은 아직까지 드러난 게 없기 때문이다. 고발장도 언론의 의혹 제기를 근거로 쓰여 있을 뿐 추가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제 배당이 막 진행된 상태라 수사 관련해서는 말씀해 드릴 게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항소하면서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갔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임기가 오는 5월 9일 종료되는 만큼, 항소심 선고 전 해당 기록이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돼 공개가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최장 15년, 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 간 비공개 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수사기관에 임의 제출 방식으로 특활비 내역을 제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활비 내역 등 상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필요하지만, 단순히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 제기와 이를 토대로 한 고발장만으로는 영장 발부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활비 '깜깜이' 의혹 반복…앞선 洪 '횡령 의혹' 檢 수사는 '각하'
한편 특활비를 둘러싼 의혹은 매번 정부 때마다 반복됐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청와대나 법무부, 검찰 등 주요 기관에 편성된다. 기밀유지를 명분으로 증빙자료 없이 현금으로 사용되다 보니 '깜깜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경우 지난 2011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경선 기탁금 1억 2천만 원의 출처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매달 국회 대책비로 나온 4~5천만원을 전부 현금화해 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 집 사람이 이 돈을 모아 비자금으로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 고발됐지만 "고발 내용만으론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다"며 '각하' 처분된 바 있다.
또 지난 2020년 대검찰청의 특활비 10억여원이 매년 법무부 검찰국에 흘러 들어가 교정본부 등에서 기본경비로 사용됐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미애 전 장관이 시민단체로부터 국고손실죄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현재 이 사건은 1년 넘도록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수사 중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청와대 특활비 내역에 대한 공개 요구가 있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탄핵 이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현재까지 비공개 중이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유용한 것으로 드러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청와대가 아닌 국정원의 특활비 중 일부다.
이번 수사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 여사를 고발한 시민단체는 최근 경찰에 '신속한 압수수색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민생위는 "문 대통령 퇴임 전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서울청에서 신속한 수사와 더불어 청와대 압수수색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옷값 논란은 '채용비리 의혹'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김 여사가 단골로 찾던 유명 디자이너의 딸 A씨가 청와대에 채용돼 의상을 담당했다는 의혹이다. 민생위는 해당 의혹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디자이너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청와대 신 부대변인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받아 절차를 거쳐 계약한 것"이라며 "(A씨는) 대통령 내외가 있는 관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관저에서) 함께 일할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