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라인에 이어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도 자사 엑시노스나 퀄컴의 '스냅드래곤' 대신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탑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A는 "미디어텍은 지난해 4G 시장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수량에서는 연간 기준으로 처음으로 퀄컴을 7500만대 이상 앞섰다"며 "다만 퀄컴은 프리미엄 AP의 판매량 증가 등에 힘입어 매출은 미디어텍보다 43% 이상 높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글로벌 AP 시장에서 3강 체제는 굳건해지고 있다. 지난해 퀄컴·미디어텍·애플의 합산 점유율은 90%에 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72.3%, 88%였다. 2019년 16.7%의 점유율을 보였던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미국의 제재 이후 점유율을 대부분 잃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점유율 6.6%로 4위에 그쳤다.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8년 12%에서 2019년 9.7%, 2020년 8.7%로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SA는 "주요 고객인 삼성 모바일이 퀄컴과 미디어텍, 유니SOC로 주문을 옮기면서 엑시노스 출하량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미디어텍이 올해 초 공개한 최신 AP '디멘시티 9000'에 주목했다. 기관은 "오포, 비보, 샤오미, 아너 등 중국의 거의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가 디멘시티 9000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미디어텍이 프리미엄 AP 부문에서도 약 10%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A53의 상위 모델인 갤럭시 A53s 프로에 디멘시티 9000 탑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미디어텍이 중국 업체에 비해 10% 이상 저렴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온다.
미디어텍은 고객사를 확장하고 대륙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60~70만원대로 추정되는 갤럭시 A53s 프로의 가격대를 감안하면 고가의 AP인 디멘시티 9000 탑재는 '어불성설'이라는 반론도 있어 실제 채택 여부는 미지수다.
일부 외신 등에서는 갤럭시 S22 팬에디션(FE)도 디멘시티 9000 탑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스마트폰의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성능을 강제로 낮춘, 이른바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을 빚은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군에도 미디어텍 AP 적용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갤럭시 S22 시리즈에서 자사의 최신 AP인 '엑시노스 2200'의 적용을 전작보다 늘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삼성전자는 일부 지역에서만 엑시노스가 달린 갤럭시 S22를 출시했다. 주력으로 들어간 퀄컴의 스냅드래곤8 Cen1마저 GOS 등 성능 논란을 피하지는 못했다.
퀄컴은 차기작인 스냅드래곤8 Gen 1+의 위탁생산을 대만의 TSMC에 맡기기로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수율과 성능 모든 면에서 퀄컴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4대 중 3대가 TSMC에서 제조한 AP를 탑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올해는 TSMC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랜 고객인 퀄컴의 이탈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도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가 설계하고 직접 생산한 칩을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지 못한다는 건 삼성전자로선 뼈아픈 일"이라며 "파운드리 부문의 도약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