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자구책이 '관건'"…쌍용차 매각 '안갯속'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정문. 쌍용차 제공
에디슨모터스가 추진한 쌍용자동차 인수 작업이 무산되면서 쌍용차의 앞날은 더욱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재매각 절차를 통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서겠지만, 일각에서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전날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3월 25일 예치해야 할 인수대금을 예치하지 않아 인수·합병(M&A) 투자 계약에 의해 자동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에디슨모터스 측이 인수에 필요한 잔금 2743억원을 관계인 집회 기일(4월 1일) 5영업일 전인 이달 25일까지 내지 못하면서 쌍용차와의 계약이 해제됐다는 것이다.

이에 쌍용차는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해 신속하게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제한적인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M&A를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 측은 계약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통해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기존의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보존하고 관계인 집회 기일 연기 요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쌍용차 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제를 통보한 것이기 때문에 당혹스럽다"면서 "관계인 집회 기일이 연기된다면 자연스럽게 잔금 납부 기일도 미뤄지기 때문에 (에디슨모터스 측은) 잔금 예치를 미루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에디슨모터스 측의 주장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 계약이 무산됐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납입 기한을 넘겼다는 것 자체가 계약 위반이기 때문에 계약을 해제할 근거가 돼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M&A 투자 계약서상에 관계인 집회 기일 5영업일 전에 입금을 못하면 계약이 해제되는 것으로 돼 있다는 취지다.

쌍용차도 재매각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에디슨모터스 측이 요청한 관계인 집회 기일 연기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마저 무산될 경우 새로운 회생방안을 모색할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 에디슨모터스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법정관리 기간인 오는 10월까지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을 마치고 오는 6월 말 출시를 앞둔 새로운 SUV J100을 비롯해 글로벌 전기차 선도기업인 BYD와의 전략적 제휴, 사우디아라비아 SNAM사와의 CKD 사업 등 지난해보다 경영 여건이 개선된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쌍용차 매각 절차에서 SM그룹 등이 인수자로 떠올랐지만, 결국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날에도 SM그룹의 쌍용차 인수 재타진설이 나왔지만, SM그룹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완성차 업계의 관계자는 "결국 자금인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있는 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경영 여건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게 평가된 점도 부담이다.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9820억원인 반면 쌍용차가 유지될 경우 미래 수익을 따진 계속기업가치는 6200억원에 불과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자구책을 내놔야 투자자가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시장이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잉여 시설이나 인력이 너무 많아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쌍용차에 투자할 기업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며 "구조조정 한계가 있겠지만,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강한 자구책을 내놓아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업은행을 통한 공적자금 투입 방안도 새 투자자 없이는 타당성이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단 투자자가 나서야 산업은행도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 아니겠느냐"며 "이전에 나온 국유화나 위탁생산 방안 등은 불가능하고 강한 자구책으로 투자자를 찾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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