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아동복지법상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 행위가 있어야만 징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사의 행동은 부모가 지켜보고 있었다면 할 수 없는 행동들"이라고 판단했다.
CCTV에 찍혔는데… "신체·정서적 학대로 보기 어렵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 대표 A씨가 '중노위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라고 낸 소송에서 중노위의 판단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앞서 보육교사 B씨는 지난 2016년부터 3년 간 해당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0월, 대표 A씨는 CCTV 영상을 통해 B씨의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했다.
한 아동이 식판을 꺼내는 과정에서 떼를 쓰자 B씨는 아이를 구석으로 끌고 가 40여 분간 울도록 방치했다. 또 다른 아이에겐 매트 위에 누워있는데도 매트를 접어 아이의 얼굴과 상체를 2분 간 덮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동들을 밀어 넘어지게 하거나, 밥을 강제로 먹이는 행동이 영상에 찍혔다.
이에 A씨는 경찰에 신고한 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열었고, 전체 운영위원 7인 중 참석한 6인 모두 아동학대 의심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사직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검찰이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지난해 5월, B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대구지방법원도 같은해 12월 항소를 기각했다.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해도 B씨의 행위로 인해 피해 아동이 신체 건강 및 발달에 해를 입었거나,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등으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이 저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앞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역시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며 복직을 명령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는 이를 기각하며 부당해고 입장을 유지했다.
계속된 법정싸움 끝에… 법원 "해고 정당"
하지만 A씨는 다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끝내 지난 2월 17일, 해고는 정당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행정법원 제14부는 "반드시 아동복지법상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 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에 한정해 징계 사유로 삼을 순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하루 동안에도 4명의 아동들에 대한 학대 의심 정황이 있는 행위들이 여럿 확인되고 그 과정에서 아동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된다"며 "(교사의 행위는) 아동들의 부모가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 감히 하지 못할 행동들이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B씨가 아동학대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보육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원아들에게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의 훈육의 범위를 넘어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줬다. 영유아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의무를 저버린 행위는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대표 사이 신뢰관계의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 부분을 깨트린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이후 학부모들이 퇴소하거나 입소 대기를 취소하는 등 A씨에게 손해가 발생했고, 동료 교사들도 B씨의 비위행위가 부적절한 것이었음을 지적하며 복직에 반대하고 있다"며 "B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A씨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 관계 남았다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