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용산 시대' 선언했지만…文 대통령 "안보 공백" 급제동
윤 당선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도 순조롭게 협조해줄 것이라는 당초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496억 원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검토를 거쳐 내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이라며 "현 정부와 협조는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윤 당선인이 지난 주말 집무실 후보 지역인 용산 국방부 청사를 답사한 데 이어 전날 기자회견에서 직접 '용산 이전'을 공식 발표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졸속 이전"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나 청와대 쪽에선 특별한 언급이 없었을 뿐더러 문 대통령이 당선인과 양자 회동 무산 이후 청와대 내부 입단속에 나서는 등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날 공개적인 급제동은 윤 당선인 측에선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에 가까웠다.
"기존 청와대는 안 간다" 굽히지 않는 尹…리더십 시험대
대통령 임기를 인수위 임시 사무실에 있는 통의동에서 시작할지라도 현 청와대 부지로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양측의 미묘한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별도 성명서에서 "청와대 이전을 지연시킴으로써 대통령이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야말로 대한민국 안보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있지도 않은 안보공백을 언급하면서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방해하는 행위는 대선불복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구두 논평에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국민께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냐"고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집무실 이전'을 놓고 과거 정권과 대립 구도가 장기화될 조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과적으론 권력의 축이 윤 당선인 쪽으로 이동하며 판정승이 예상되지만, 취임식을 앞두고 향후 5년 간 국정과제를 홍보할 기회를 엉뚱한 곳에 소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미 지는 해인 문재인 정권과 충돌해서 얻을 게 별로 없다"며 "집무실 이전 계획의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서 정쟁화 되고 있는데 초반 위기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관계자도 통화에서 "일단 구중궁궐인 청와대에서 나오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용산 집무실이 졸속 추진되면서 틀어진 것 같다"며 "이런 민감한 사안에 굳이 불을 붙여 논쟁을 키우는 현 청와대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