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뽑았지만 젠더 정책은 고려 안 했어요."
서울의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유모(20·여) 씨와 이모(28·남) 씨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각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뽑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씨는 여당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인권변호사 이력이, 이씨는 야당 후보였던 윤 당선인의 조세 공약이 맘에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이대녀',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것은 한사코 거부했다.
유씨는 "(20대를) 혐오하는 단어다"라고, 이씨는 "남녀를 갈라치는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20대 남녀가 젠더 이슈를 기준으로 정치적 성향이 보수와 진보로 갈린다고 보는 정치권이나 언론 등의 분석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청년들이 많았다.
지난 16~17일 서울 소재 4개 대학에서 무작위로 만난 20명의 청년들 중 20대를 이대남·이대녀로 가른 뒤 양측의 정치 성향이 상반된다고 보는 시각에 동의하는 이는 3명에 그쳤다.
대다수의 'MZ' 청년들은 일부 집단에서 페미니즘 등 젠더 이슈를 놓고 대립하는 양상이 세대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2번을 뽑았다는 황모(20·남) 씨는 "이번 선거에서 두 성별의 30~40%는 젠더 프레임에 맞지 않는 선택을 했다"며 "프레임 때문에 이 사람들을 배제해버리면 사회에 실존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번을 선택한 김모(21·여) 씨도 "이대녀·이대남이라는 말을 현실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고 정치 기사에서 처음 접했었다"며 "현실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라고 느낀다"고 언급했다.
젠더 이슈를 득표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정치권의 시각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투표한 후보를 밝히지 않은 남모(19·남) 씨는 "안보와 경제 공약을 기준으로 투표했다"며 "젠더 프레임이 현실에는 없는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다. 20대의 정치적 성향을 젠더로 나누는 것이 불쾌하다"고 말했다.
전모(26·남) 씨도 "대학생이다 보니 청년 일자리에 가장 관심을 두고 후보를 선택했다"면서 "여자든 남자든 각자 소신껏 투표하는 건데 굳이 그런 타이틀을 달아야 하나. 성별 갈등을 조장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모(19·여) 씨는 "자기 생각이 확고히 잡히지 않은 청년을 공략해 혐오를 유발하는 것"이라며 "성별을 근거로 투표하는 사람이 주변에 흔하진 않다"고 말했다.
대학별 커뮤니티·SNS 게시판에도 "앞으로 이대남이니, 이대녀니 하는 프레임에 갇혀 서로를 공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론이 이대남과 이대녀의 갈등 프레임을 부추기고, 정치권은 그러한 먹이를 먹고 서로에 대한 혐오를 키우는 것"이라는 글들이 올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출구조사를 분석해보면 2030이 남녀 구분 없이 과거 선거에 비해 국민의힘을 더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대녀가 민주당을 찍는다는 식의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대남이 보수고 이대녀가 진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제한된 후보 중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 동성애, 소수자 등 이슈에 관해 묻는다고 하면 과연 20대 남녀의 태도가 대비될 것인가. 그것은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