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는 시장의 예상과 같다.
한국은행 박종석 부총재보는 미국 금리인상 직후 17일 오전 '상황점검회의'를 연 자리에서 "이번 FOMC 회의결과가 다소 hawkish(매파적)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나 시장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가운데 우크라이나·러시아간 협상 진전 기대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언급했다.
금리를 올렸고 또 앞으로 더 올릴 뜻을 밝혔으므로 좀 매파적이긴 하지만 이럴 걸로 시장이 예상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주목할 부분은 '점도표(dot plot)'이다. 미국 FOMC 위원들의 정책금리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점도표는 지난해 말 0.9%에서 이번에 1.9%로 무려 1%p나 상향조정됐다.
다수의 FOMC위원들이 올해 6번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 된다. 금리를 결정하는 FOMC는 올해 모두 7번인데 이번에 올렸기 때문에 1년 내내 올린다는 뜻이 되고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정책금리가 한꺼번에 0.50%를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밟지 않더라도 1.25%~1.50%까지 오르게 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한 변수이다. 금통위 직후 내놓는 발표문을 보면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추진을 보면서"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미국은 주요국 중에 가장 중요한 나라이고 미국이 1년 내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는 압박요인이 된다.
물론 한미간 정책금리가 역전된 적이 전혀 없지도 않고 역전됐다고 해서 금융시장에 큰 문제가 항상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금융시장에 비해 보다 안전한 시장으로 받아들여지는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 보다 높다면 외국인 자금의 유출은 불을 보듯이 뻔하기 때문에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뿐 아니라 FOMC 결정문에서 주목할 것은 또 있다.
FOMC는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2.6%에서 4.3%로 크게 상향조정했다. 또 올해 성장률 전망은 4.0%에서 2.8%로 크게 하향조정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업률은 3.5%로 유지될 것으로 본 점이지만 인플레이션 전망은 상향조정하고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우울한 전망이다.
슬로우플레이션은 성장률은 마이너스인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만큼은 아니지만 성장이 지체된 가운데 물가부담은 커지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라고 해서 남일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금통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경로보다 높아져 상당기간 3%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물가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다만 올해중 GDP 즉 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는 11월 전망치인 3%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는 11월 전망보다 더 오르지만 성장은 그대로 일것이라는 얘긴데 미국이 물가는 더 오르고 성장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본것과 비교하면 '절반은 같고 절반은 다른것'이다.
문제는 다음달 24일 금통위에서 물가전망은 더 올리고 성장전망은 낮춰야 하는 상황이 오면 우리도 '슬로우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게 되는데 이때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획기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성장은 정체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물론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는 다르지만 이 전단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금리를 올리더라도 경기가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하면서 이런 설명이 힘을 잃는 날도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