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지난 2월 15일 대선 출정식에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 첫날부터 광화문으로 출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 10일 경호상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측근에게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과의 약속이니만큼 지켜야한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인측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구상의 일단을 피력한 것으로 인수위 논의 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정치개혁 과제 중 하나로 반영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집무실 이전 장소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보다 용산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가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국방부 청사의 경우 광화문 정부청사와 비교해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고 외부의 차단도 용이해 경호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국방부에 집무실을 두게 되면 대통령 관저로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이나 외교부 · 국방부 장관 공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화문이든 용산이든 최종 결정은 윤 당선인의 뜻에 달려있으나 새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해체한 뒤 부속 건물, 관저 등은 국민에게 개방하고 이후 역사관 조성 등 구체적인 이용방안은 국민 여론을 고려해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약이 실행되기 까지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아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고 시내 집무실에서 곧바로 업무를 시작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어디에 있느냐는 국민 생활과 직접 관련 없어 대단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어디에서 일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분명 더 중요하다.
그런데도 청와대 해체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그 자체가 '탈(脫) 권위'의 상징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랜 유교전통 탓인지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대통령을 조선시대 '나랏님'처럼 여기는 태도가 잔존해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역사적인 과오에도 불구하고 초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부(國父)로 일컬어지고, 군사독재정권을 연 박정희 대통령은 최고 추앙받는 지도자로 여겨지고 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역시 오랜 세월 민주화 운동을 이끈 뒤 대통령 직선제로 청와대에 입성을 했으나 1인 중심의 '보스' 정치문화를 대변한다.
우리 정치사에서 탈 권위적 지도자의 시발점은 노무현 대통령이지만 이후 이명박 대통령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면서 다시 불통과 권위주의로의 회귀 현상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와 관저 인근 북악산 기슭을 개방하는 등 탈 권위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공약으로 내걸었던 광화문 시대 개막이라는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은 제왕적 대통령제 철폐라는 공약 실행을 인수위 1호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 배우자와 장모 문제로 불거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랜 세월 특수부 검사로 잔뼈가 굵은 윤 당선인은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초보 정치인이지만 정권교체라는 열망 덕분에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대통령에 선출됐다.
사실 이번 대선은 윤석열이라는 후보 개인에 대한 매력보다 '그 누구라도 좋으니 바꾸고 보자'는 정권 교체 열망이 만들어낸 결과다.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 만큼 '잘 할 것'이라는 기대보다 '잘 할까'라는 우려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그가 당선 직후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청와대에서 나오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앞으로 임기 시작까지 두 달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경호와 보안, 의전 등의 문제를 잘 따져 당선인의 의지와 공약이 제대로 지켜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