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혀도 걱정, 안 맞혀도 걱정" 백신 접종 앞둔 부모들 '고민'[영상]

31일부터 5~11세 백신 접종…학부모들 거부감 높아
"어른도 아픈데 아이 더 걱정" "이상 있으면 어떡하나"
접종 자체는 필요하다 목소리도…"코로나가 더 위험"
유행 차단 효과는 '미지수'…"최소 2월엔 시작됐어야"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만 5살에서 11살 사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이달 31일부터 시작되며 부모들도 고민에 빠졌다. 백신이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투약 대상이 워낙 어린 만큼 장기적인 부작용까지는 알 수 없다며 거부감이 큰 모습이다.

정부는 안전성과 접종 효과를 강조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자율에 맡기겠다며 강력하게 권고하지는 않고 있다. 무엇보다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난 후에야 접종이 완료될 것으로 보여 유행 축소에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로부터 나온다.

5살 딸을 둔 성모(32)씨는 "단순히 감염 예방이 아닌 위중증화 방지용이라면 (아들) 연령대에는 위중증 환자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오히려 백신을 맞아서 혹시라도 이상이 있으면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백신을 맞추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불안하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어른들의 경우에도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있는 경우가 적잖은데 아이들의 경우 더 심각할 수 있고 감염 가능성이 아예 차단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언급했다.
화이자 5~11세 소아용 백신. 한국화이자 제공
서울 은평구의 한 맘카페 학부모는 "어른들조차 부작용이 심한데 어린아이들에게 백신을 맞춰야 할지 너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의 맘카페에서도 "애들은 독감접종하고도 힘들어하는데 코로나 백신을 맞춰도 될지 모르겠다" "QR코드도 다 없애고 백신을 맞아도 걸리고 있는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반면 "어른인 나도 백신 맞고 많이 아팠는데 아이도 심하게 앓을까 봐 걱정은 되지만 임상 결과를 번역한 기사를 보고 안심이 돼 웬만하면 맞추려고 한다"며 접종 자체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또다른 학부모는 "아이를 맞추든 안 맞추든 자유고 고위험군처럼 백신에 맞는 것보다 코로나에 걸려서 더 위중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선 방역당국은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와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이 연령대의 백신 접종 결정은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달 1일부터 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을 제한하는 방역패스도 중단돼 실질적으로 백신 접종을 유도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도 하다.

예외적으로 만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어린이의 경우에만 감염 시 중증·사망 위험이 있는 만큼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만 10살 미만 어린이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각각 0.005%, 0.001%로 전 연령대 평균 중증화율 0.38%, 치명률 0.18%에 비해 현저히 낮기는 하지만 아예 위험하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13일에도 해당 연령대에서 2명이 사망해 10세 미만 어린이가 누적 18명이 사망했고 이중 3명은 기저질환자였다.

전문가들도 백신 자체는 안전성이 입증된 데다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 어린이도 있어 백신 접종 기회를 열어둬야 한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백신 접종 시기로 접종을 마쳤을 때는 오미크론 유행이 어느 정도 지나간 시점일 것이어서 유행 차단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상대로면 백신 접종을 완료할 4월 말~5월에는 오미크론 유행이 정리 단계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아이들은 위중증률이 낮아 확진자가 많을 때 중환자가 나오는데 환자가 줄면 이 수치가 더 떨어지는 것이라 시기가 애매하다. 최소 2월에는 접종이 됐어야 효과가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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