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 저희와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저희 입장이 현 정부와 같이 병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임기 말에 문재인 정권의 '알박기' 인사를 견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부의 임기가 남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사권 행사에 원론적 입장을 취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대변인의 발표를 두고 "인수위 측에서 공기업 인사 협의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를 모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5월 9일까지이고,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31일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 인선에 대해서도 "총재의 임기가 문 대통령 재임 중에 완료되기 때문에 실무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누구로 낙점할지 윤 당선인 측과 상의할 예정인가'라는 물음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근거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존폐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로, 과거 국민의정부에서도 일시적으로 폐지한 일이 있었다"면서도 "지금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민정수석실의 폐지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민심 청취, 반부패정책조정, 공직감찰, 친인척관리 등 법령에서 정한 업무와 소임에 충실해 왔다는 점을 다시 밝혀드린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국민신상털기 등을 해왔다면서 폐지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아니다'며 적극 반박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에 국민 통합을 강조하면서 인수인계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인사나 제도 개혁 등 민감한 부분을 놓고는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