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아 "발사장을 현대적으로 개건 확장"할 것을 지시한 보도가 11일 나왔고, 폭파된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기존 건물을 보수하는 정황이 최근 포착됐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경우 핵실험에 쓰이는 일부 갱도를 복구하는 정황도 전해졌다. 평북 영변·강선·평산 지역의 핵 활동 징후가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석도 나왔다.
北 국방발전 5대 과업 수행 속에 동창리·풍계리 복귀
기점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응 노선을 확정한 지난해 초 8차 당 대회이다.
북한은 이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을 언급했다. 5대 과업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미국 본토를 포함하는 1만5천㎞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엔진 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극초음속 무기 도입,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이 거론된다.
남북미 핵협상의 문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우선적인 달성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히 지난해 1월 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 실험과 ICBM 모라토리엄의 철회를 시사한 바 있다. 북한 입장에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라토리엄 철회가 불가피하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복구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확대 건설도 이 연장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北 군사정찰 위성 개발은 ICBM 능력 확대와 직접 연관
"신형 ICBM 동체를 가지고 제원을 조정해서 발사해 준중거리미사일(MRBM)급 궤적을 보였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니, 북한이 정찰위성발사를 가장해 신형 ICBM을 시험했다는 뜻이 된다.
김 위원장이 남한 대선에서 윤석열 보수후보가 당선된 이후 직접 정찰위성 관련 시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남한에서 어느 정부가 출범하는가에 관계없이 5개년 국방계획에 따라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당선 기다렸다는 듯이 김정은 정찰위성 행보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힘을 통한 평화론, 북한 주적론, 선제 타격론 등 대북 강경 입장을 설파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찰위성 발사를 내세운 북한의 신형 ICBM 시험발사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고, 이에 대한 대응은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과 관련한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의 대선 결과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국가우주개발과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하며 정찰위성 배치 계획을 공개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 초부터 급격히 냉각된 한반도 정세를 잘 관리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석열 정부, 과거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와 어떻게 다를까?
북한은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도 5월 14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 12형을 시작으로 그 해에만 11번의 시험발사를 했다. 이런 무력시위는 결국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으로 귀결됐다. 물론 남북미의 강경 대치 끝에 2018년에 남북, 북미정상회담의 큰 대화 국면이 열리기는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 당시 보다 목표 수준이 훨씬 높은 국방발전 5대 과업의 달성을 공언하고 있다. 남북미 대화와 무관하게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통해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최근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남측 시설도 철거 중인 것으로 전해져 남북관계 개선에 더는 관심이 없다는 태세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는 대북 강경 대응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다가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관리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