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여소야대'로 바뀌는 국회 지형을 감안할 때 윤 당선인의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수 있을 지 미지수란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인사권과 함께 행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하위 법령 개정 등으로 변화의 동력을 삼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당장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 수뇌부 인사를 앞두고 있는 경찰 입장에서는 인사 폭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양상이다.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당선인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와 '경찰 재수사 불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 요구' 공약을 내걸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왔다. 앞으로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겠다는 취지다. 또 경찰이 두 차례 재수사 후 불송치 결정한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게끔 하는 등 송치 권한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완수사로 인한 수사 지연, 책임 회피 등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경찰 입장에선 검찰 수사권 개입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보완수사도 경찰의 책임 수사를 완수한다는 점에서 유지는 하되, 인력 보강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인력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경찰은 손이 훨씬 바빠졌다"라고 밝혔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사건 등 6대 범죄로 한정된 상태다. 경찰 내부에선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의 변화는 어렵다는 시각과 함께, 하위 법령 조정 등으로 '미세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권 조정의 변화가 당장 쉽지 않다는 관측의 배경으로는 국회 '여소야대' 지형 변화가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을 차지한 구도가 앞으로 2년 간 이어지는 가운데, 형사소송법 등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행정부 재량으로 가능한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제·개정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이용한 우회 추진이 가능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하위법령을 두고 한참 씨름을 벌였다"며 "현재 수사권 조정 하위 법령안이 법무부 소관이라는 점에서 제·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대한민국재향경우회(전직 경찰관 단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 정부에서 했던 수사권 조정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수사권 조정을 추진할 때 대검찰청 반대를 제가 앞장서서 설득하고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도록 저도 역할을 많이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찰 일각의 수사권 재조정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인의 경찰 관련 정책과 구상은 우선 수뇌부 인사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수장인 김창룡 경찰청장의 임기가 올해 7월 만료되는 데 이어 내년 2월에는 경찰 수사 총책인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의 임기가 끝난다. 일각에서는 국수본부장 후임에 검찰 출신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이 경우 경찰 수사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경무관 이상 최고위직 경찰관의 20%를 순경 출신으로 승진 배치하는 등의 윤 당선인 공약도 향후 추진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태다.
한편 경찰은 윤 당선인이 꾸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요청이 온다면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수위원회 조직이 먼저 꾸려진 후 경찰에서 파견을 가게 될 것"이라며 "각종 정책 등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