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을 지원 사격하며 징계를 주도했던 소위 '추미애 사단' 상당수가 인사에서 불이익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1%도 되지 않는 초박빙 차로 당선된 윤 당선인 입장에서 역풍을 최소화하는 방향의 소폭 인사를 고려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석열 사단' 특수통, 좌천 딛고 복귀하나
연수원 동기 가운데 가장 먼저 검사장을 달면서 승승장구하던 한 검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계기로 여권의 폭격을 받다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임명되면서 한직으로 점차 밀려났다. 추 전 장관이 단행한 첫인사에서 부산고검 차장으로 전보된 한 검사장은 이후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 연루되면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으로 발령 났다가 곧이어 충북 진천본원으로, 그리고 지난해 6월에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3차례 연거푸 좌천당했다.
한 검사장에게 쓰인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최대 피해자'라는 타이틀은 반대로 '윤석열 정부 검찰복권의 최대 수혜자'와 동의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곧 단행될 검찰 인사에서 유력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되며, 고검장 승진은 물론 '차기 검찰총장'이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고 있다. 특수수사에 강점을 가졌지만 최근 중요도가 높아진 중대재해범죄에도 유능해 중용될 자리가 많다는 평가다. 다만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라는 특수관계 탓에 정권 초반 역풍을 고려해 고검장으로 승진은 시키면서 수사 일선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방향의 인사 관측도 나온다.
윤 당선인과 함께 검찰 안에서 각각 '대윤'과 '소윤'으로 불리는 윤대진(58·25기) 검사장의 인사도 관심사다. 윤 당선인과 윤 검사장은 2006년 대검 중수부를 시작으로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등 주요 사건 수사에서 동고동락하며 친분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윤 당선인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최선임 자리인 1차장에 보임한 인물도 윤 검사장이었다.
이밖에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나 이명박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수사를 이끈 신자용(50·28기) 서울고검 송무부장, 양석조(49·29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 신봉수(52·29기) 서울고검 검사, 송경호(52·29기) 수원고검 검사 등 '특수통'의 약진도 예상된다. 밑 기수에서는 조국 전 장관 수사에 참여한 고형곤(52·31기) 대구지검 포항지청장과 '채널A 사건' 당시 대검 형사1과장으로 윤 당선인의 징계에 반대한 박영진(48·31기) 의정부지검 부장검사의 주요 보직 승진·기용도 전망된다.
'尹 징계 주도' 추미애 사단은 명암 갈릴 듯
그중 심 지검장은 2020년 1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당시 한 상갓집에서 조국 전 장관의 무혐의를 주장하다가 후배 검사인 양석조 선임연구관(現 대전고검 인권보호관)에게 "당신이 검사냐"며 항의를 받은, 이른바 '상갓집 항명 파동'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심 지검장이 '윤석열 사단'을 뒤로하고 친정부 성향으로 돌아선 것도 '상갓집 파동'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박 지청장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연루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을 뭉개다가 최근 후배 검사인 박하영(48·31기) 차장이 항의성 사표를 제출하는 등 수사 무마 논란으로 비판을 샀다. 박 지청장의 남편인 이종근(53·28기) 서울서부지검장이나 신성식(57·27기) 수원지검장도 친정부 성향의 '추미애 사단'으로 꼽힌다. 특히 신 지검장은 수원지검에 배당된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주요 사건 처리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모두 추 전 장관 체제에서 영전하거나 승진 1순위 자리 등 주요 보직에 기용됐지만 윤 후보의 당선으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기 직전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징계를 주도한 심재철 지검장이나 박은정 지청장은 물론이고 이종근 지검장(당시 대검 형사부장), 신성식 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부장) 등 대검 부장들을 향한 반감 또한 상당히 컸다는 이야기가 검찰 내부에서 회자된다.
이성윤 고검장은 윤 당선인을 상대로 한 추 전 장관의 직무정지·징계청구 명령 직후 일선 검사장 대다수가 동참한 반대 성명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당시 총 20명의 일선 검사장 가운데 불참한 검사는 이성윤 고검장과 김관정(58·26기) 수원고검장, 이정수(53·26기)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이 유일했다. 한 검찰 간부는 "윤석열 정권의 첫 검찰 인사는 향후 이 정부 검찰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며 "윤석열 사단으로 대표되는 특수통의 약진을 전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러 정무적인 상황과 맞물려 좌천 검사의 복권은 소폭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