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일 발생한 강릉·동해 산불로 보금자리를 뺏긴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는 국가철도공단 망상수련원. 8일 오전 취재진이 만난 이재민들은 앞으로의 막막한 삶을 걱정하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13년 전 자신이 직접 집을 지었다는 신원준(75)씨는 "그 날(5일)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 불이 집 앞 창고로 날아들어 불에 타는 것을 보고 밥상도 그대로 놓고 휴대전화와 손가방만 가지고 나오느라 아무것도 못챙겼다"며 "생전 그렇게 도깨비불 같은 것이 날아든 것은 처음 봤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남의 땅을 임대받아 평생을 모은 돈으로 만든 집과 함께 우리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던 양봉장비 등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날아가 정말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며 "지금도 아내와 함께 밖에 나가 갈아입을 옷을 사왔다. 이 모든 것이 방화로 일어난 일 아니냐. 그냥 참고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날 만난 또 다른 이재민 박승균(70)씨 부부 역시 망연자실한 모습이 얼굴에 역력히 묻어났다. 박씨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집을 짓고 부모님에 이어 우리 가족까지 살아오던 보금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대피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편한 곳에서 모실 수 없다는 생각에 더욱 절망적이다"라고 푸념했다.
이어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으로 여기에 있는 수십 명의 가족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말 엄벌에 처해 줄 것으로 모두가 바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지난 5일 오전 1시 8분쯤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오전 2시 40분쯤 동해 망상동으로 번졌다. 이후 내륙으로 방향을 틀면서 만우마을과 부곡, 발한, 동호동 일대 방향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산불 발생 나흘째인 이날 오후 4시 기준 진화율 90%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주불 진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면적은 강릉·동해 4천㏊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재산피해는 동해에서 주택 96동이 전소되고 36동이 부분 소실됐으며, 강릉에서도 주택과 창고 등 13채가 불에 탔다. 이로 인해 동해와 강릉에서는 모두 11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한편 경찰은 주민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불을 질러 강원 강릉과 동해지역에 대형산불을 낸 60대 남성을 지난 6일 구속했다.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