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에 사라진 고대동물?…콜롬비아 거대 암각화 수수께끼

英연구진 "빙하기 인류가 멸종동물 그린 것"…"그리 오래 안 돼" 반론도

연합뉴스
콜롬비아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 라린도사엔 길이가 13㎞에 달하는 거대 바위 그림이 있다.

최근에서야 일반에 공개된 이 암각화는 빙하기 무렵 인류가 지금은 사라진 대형동물들을 보고 그린 것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세 이리아르테 영국 엑서터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7일(현지시간) 영국왕립학회의 과학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리아르테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에 "아마존의 다양한 생물이 그려져 있다"며 물과 육지에 사는 여러 동식물은 물론 "빙하기 대형 포유류로 보이는 매우 흥미로운 동물들"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암각화의 존재는 주변 원주민들에게 일찌감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콜롬비아의 오랜 내전 중엔 일대가 반군에 장악돼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고, 지난 2016년 평화협정으로 내전이 끝난 후에야 일반에 공개되며 연구도 본격화했다.

연구진은 바위 그림 속 여러 동물 중 큰 발톱을 지닌 거대 땅나무늘보, 코끼리와 유사한 초식동물인 곰포데어, 목이 두꺼운 고대 말 등 빙하기에 멸종한 동물 5종이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아프리카에서 출현해 각 대륙으로 이동한 호모사피엔스가 마지막으로 남미에 도착했을 때 이곳에서 살던 낯선 동물들을 발견하고 바위에 그림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암각화 안료의 연대 분석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으나, 발굴 과정에서 1만2천600년 전의 황토 파편이 발견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이다.

그러나 이 그림이 보다 가까운 과거의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에케하르트 말로트키 미 노던애리조나대 명예교수는 이번 영국 연구팀의 주장에 대해 "희망 사항"이라고 표현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림의 보존 상태로 봐도 그리 오래전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콜롬비아 고고학자들도 몇 년 전 논문에서 라린도사 암각화엔 불과 몇 세기 전 유럽에서 넘어온 동물들도 그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리아르테 교수팀이 땅나무늘보라고 본 동물은 실은 카피바라이며, 곰포테어도 실제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리아르테 교수는 "그림이 매우 오래전의 것이라고 상당히 확신한다"고 했지만, 정확한 연대 분석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연구진도 인정했다.

연구진은 논문 제목에도 "콜롬비아 아마존의 빙하기 멸종동물 바위그림?"이라고 물음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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