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민간인 대피를 위한 통로를 설치하고 이에 대한 공격 중단을 합의했지만, 러시아는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기 전까지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간인 대피 합의 무산…러 공격 계속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텔레그램을 통해 "언제, 누구를 향해 공격할지는 정신 나간 러시아인들이 결정하기 때문에 안전한 통로는 없다"고 날을 세웠다.
러시아가 침공한 지 11일째인 이날 우크라이나인 15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피난민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제레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잇달아 전화 통화 회담을 하며 "러시아가 원하는 요구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교전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탈나치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립국이 되라는 것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기하라는 뜻이고, 탈나치화는 러시아가 지목한 우크라이나 정치인과 민간인 제거를 의미한다.
전날에는 러시아 군이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북부에 위치한 체르니히브의 민간인 주거 지역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키이우 북서쪽에 위치한 이르핀에서는 러시아의 폭격으로 시민 8명이 숨졌다. 희생자 중에는 일가족이 포함됐다.
핵원전 관련 3자 대화…푸틴 "우크라 극단주의자의 도발"
푸틴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참사가 발생한 곳이자 4개의 원전에 15개의 원자로를 보유한 우크라이나의 핵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두 정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IAEA(국제원자력기구) 3자가 대화에 참여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화는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아 원전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 "우크라이나 극단주의자들의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대해 "러시아 군에 이 사건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부정적인 정치 선전활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