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에 거주하는 대학생 조모(26)씨는 지난달 가슴통증과 구토 증세로 응급실을 찾았으나 이같은 병원의 안내로 발길을 돌렸다. 당시 조씨는 코로나19 완치 이후 격리해제 10일차였다.
조씨는 "해당 병원이 코로나19 확진자 대면외래진료센터라서 당연히 격리해제됐으니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정부에서도 7일 격리하면 '전파력이 없다' '일상생활 가능하다'고 말해놓고 병원이 진료를 거부하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확진 이후 격리해제 조치를 받은 완치자에 대한 일부 병원의 '진료 거부'가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방역당국이 이같은 진료 거부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모습이다.
진료 거부를 당한 격리해제자들은 병원들이 '내규'를 내세우며 정부의 지침과 다른 안내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정부 지침상 코로나19 확진자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7일간 격리하면 되는데, 일부 병원이 임의로 완치 후 수주가 지나야만 진료를 해주는 것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박모(40)씨는 지난 1월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해 당시 격리해제일인 10일을 채우고 퇴원했다. 박씨는 퇴원 후에도 몸이 좋지 않아 외래진료를 요구했으나 병원은 이를 거절했다. 박씨는 다른 병원을 찾아 문의했으나 '일단 입원했던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이 가장 낫다'라는 말을 들었다.
박씨는 "입원했던 병원에서도 완치 이후 당분간은 PCR 검사하면 '양성'이 나올 수도 있으니 받지 말라면서도 외래진료를 요구하니 말을 바꿔 PCR 검사를 하라고 했다"며 "결국 '음성' 결과를 보여줬는데도 (격리해제 이후) 2주 동안은 무조건 안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A씨는 "(해당 병원이)내부 규칙상 PCR 음성이 나와야면 처방전을 써주고, 양성이 나오면 절대 못 써준다고 했다"며 "내가 직접 약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친척이나 지인이 대신 받으러 가겠다고 했는데도 처방전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진료 거부를 당한 격리해제자들은 수소문을 통해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나서는 실정이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40대 격리해제자 B씨는 "보건소에서 병원 진료가 가능하다고 해서 갔는데 병원 한 곳에서 거부를 당했다"며 "전염력 운운하며 2~3주 이후 PCR 검사를 하고 오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노인이나 응급환자가 아니었지만 심각한 환자였으면 이런 상황에서 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부 병원들의 진료 거부가 이어지자 격리해제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코로나19 확진 병력을 숨기고 싶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에 거주하는 격리해제자 류모(42)씨는 "진료 거부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차라리 병력을 숨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확진자 커뮤니티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정부는 이같은 진료 거부 행위가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있다.
이동찬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의료법에서는 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며 "격리해제가 됐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 완치된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진료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 내규가 법을 위반할 수는 없다. 의료법 15조(진료거부 금지 등) 위반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격리해제자의 진료를 거부에 대해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부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나 격리해제 환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는 부분은 알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와 관련 의료단체들과 협의하면서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당부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각 지자체에 "격리해제자가 격리해제 확인서를 제시하였음에도 다른 정당한 사유 없이 PCR 음성확인서를 요구하여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의료법 제15조에 위반될 소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