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서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내걸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적 부동산 세제부터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공약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4일 발간된 공약집을 통해 "우리나라 GDP 대비 부동산 관련 세금 징수액은 OECD 국가 중에서 최상위권에 속하고 거래세는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며 보유세 징수액도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세제 전반의 정상화 방안 추진 △부동산공시가격 2020년 수준으로 환원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추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 등을 약속했다.
과연 그럴까.
OECD 통계…韓, GDP 대비 자산세 캐나다 이어 프랑스와 같아
먼저 윤 후보가 언급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 GDP(국내총생산) 대비 자산세(Tax on property) 비율은 3.976%에 달했다.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캐나다(4.154%)에 이어 프랑스(3.976%)와 같은 수치다.
지난 2019년 한국의 GDP 대비 자산세 비율(3.113%)과 OECD 회원국의 GDP 대비 자산세 비율(1.808%)을 비교해 보더라도, 한국의 GDP 대비 자산세 비율이 상위권에 속한다는 윤 후보의 주장은 사실로 보인다.
또 OECD가 지난해 발표한 '세입 통계(Revenue Statistics)'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GDP 대비 금융 및 자본 거래세(Taxes on financial and capital transactions)는 1.8%에 이르는 반면,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Recurrent taxes on immovable property)는 0.9%에 그쳤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5월에 발간한 '주요국의 부동산 관련 세부담 비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2018년 기준 GDP 대비 금융 및 자본 거래세는 1.89%로 OECD 평균인 0.45%보다 높고, 부동산 보유세는 0.82%로 OECD 평균인 1.07%보다 낮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금융 및 자본 거래세가 OECD 평균보다 높고, 부동산 보유세는 OECD 평균보다 낮다는 분석이다.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또한 2010년 0.7%에서 2018년 0.8%, 2019년 0.9%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이는 OECD 회원국 평균(1.02%)보다 낮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늘면서 韓 가치 높아진 것…보기에 따라 달라진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020년 '주요국의 주택가격 변동과 부동산 조세정책'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조세제도는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각국의 사회적∙경제적 여건이 반영된 것으로, 과세표준이나 세율 등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관련 세부담에 대한 국가별 비교시 OECD 통계 활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속∙증여세의 재산가액 및 양도소득세의 양도소득금액에는 부동산자산뿐만 아니라 주식 등의 금융자산 및 기타 재산을 포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OECD 통계 기준에 부동산과 관계 없는 증권거래세, 차량 취득세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OECD가 자산세를 정의한 내용을 보면 "부동산과 순자산에 대한 세금, 상속∙증여세 금융 및 자본 거래에 대한 세금이 포함된다"고 나와있다.
한국의 '금융 및 자본 거래세'가 회원국 평균보다 높다고 집계된 OECD 통계 또한, 부동산에 대한 세수가 구분돼 있지 않아 국가별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종합부동산세의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 대비 거래세 비중은 OECD 평균(0.45%)보다 4.2배 수준인 1.89%로 1위"라고 언급하면서도 "OECD 통계상 '금융 및 자본 거래세'엔 증권거래세 등이 포함되어 있어 정확한 비중을 1.11%로 추정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OECD 회원국이 늘어나면서 비교 대상이 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대학교 유호림 세무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처음에 OECD에 가입했을 때처럼 선진국들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보다 경제력이 낙후돼 있는 나라들도 (OECD에) 들어가 있다"며 "비교 대상이 옛날과 달라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OECD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21개국 정도 있었고 지금은 회원국이 38개국"이라며 "현재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낮은 국가들도 들어가 있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나라 자산 가치도 높아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유 교수는 "(GDP 대비 자산세 징수) 비중으로 따지면 우리나라를 최상위권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낮다. 그런데 세액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높다"며 "보기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시지가 시세반영률과 자산 구조 함께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등 다양한 지표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한국의 자산 가치와 자산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CBS노컷뉴스에 "GDP 대비 세액으로 했을 때 높은 비용으로 측정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부동산 거품이 심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만의 특징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GDP 대비 자산세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부동산 자산 대비로 보는 잣대도 있기 때문에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공시지가가 시세와 괴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시지가 시세 반영률을 조사했을 때 여전히 (자산이)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호림 교수도 "우리나라 GDP 전체 총량에서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가 토지, 건물, 주택을 전부 합치면 7배가 넘는다"며 "(우리나라) 자산세 과세 표준이 되는 부동산 가치에 경제 총량이 너무 많이 집중돼 있다. 이런 자산 가치에 비례해서 내는 세금들이 재산세와 종부세인데 당연히 (수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전체 자산 중에서 거주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밖에 되지 않지만, 거주 주택 이외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30%가 넘는다"며 "그러니 당연히 상대적으로 재산세 부담이 높게 측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자산 구조와 부동산 가치 등을 고려했을 때 조세 부담은 낮지만, 전체 세액으로 놓고 보면 타 국가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유세 실효세율 "살펴야" vs "한국에서만 계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부동산 집중도는 5.3으로 OECD주요국 평균(4.1)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부동산 집중도가 국가별로 상이하므로, 부동산 보유세 부담 수준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국가 간 비교에는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통한 비교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호림 교수는 "2019년 기준으로 전체 부동산 가치 대비 실제 부동산 보유세가 얼마 나오나 계산해 봤더니, 부동산 자산 총액이 0.16%로 산정됐다"며 "매우 낮다. 이 때문에 투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보유세 실효세율이 국제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보유세 실효세율은) 따로 OECD에서 발표하지 않고 우리나라 기획재정부에서 계산하는 것"이라며 "GDP 대비 자산세 비중이 가장 객관적이다. 그래도 반론이 가장 적은 지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