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성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격리 지침이 대폭 완화되고 방역패스도 사라져 사실상 거리두기 만이 유일한 방역수단인 상황인 만큼 최소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에서의 방역체계 대응 역량은 점검한 뒤 완화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달 넘게 이어진 '더블링' 우선 멈춰…거리두기 조기 완화도 검토
방역당국이 2일 국내 역대 최다 신규 확진을 기록했음에도 유행 증가세가 우선 둔화됐다고 보는 근거는 한 달 넘게 이어졌던 매주 확진자 더블링이 멈춰 섰다는 점에 있다.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화된 지난 1월 26일 1만 3007명을 기록하며 첫 1만 명대를 기록했고 1주일 만인 지난달 2일 2만 268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며 2만 명선대에 도달했다. 이후 9일 4만 9567명, 16일 9만 443명으로 1주일 새 계속 두 배 가까이 늘며 '더블링 현상'이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조기에 검토하는 것도 이처럼 증가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에 기초한 것이다. 당국은 전날 방역·의료분과위원회를 개최했고, 이날 일상회복지원위원회(일상회복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통상 일상회복위는 거리두기 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주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13일까지 적용될 예정이었던 현 거리두기(사적모임 인원 6명·영업시간 밤 10시)가 보다 일찍 완화될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현재 영업시간을 밤 10시에서 11~12시로 완화하는 안부터 사적모임 인원을 6인에서 8인으로 늘리는 안 등을 병행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서 현재의 방역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오미크론 대응 목표의 관점에서 조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모아 나가겠다"고 하며 조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 "유행 정점 경험 후 결정해야…증가율 둔화 속단 일러"
최재욱 고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달 전부터 확진자가 늘고 지금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을 뻔히 보고 있는데 거리두기를 완화하자는 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이라며 "충분히 예방 가능하고 피할 수 있는 확진자, 위중증 환자 그리고 사망자들의 건강 피해와 희생을 담보로 하는 도박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영국 등은 원래 방역을 완화한 상태였던 반면, 우리나라는 잘 지키다가 순식간에 풀어지고 있고 이는 상대적으로 감염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소"라며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유행이 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확진세가 둔화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많다. 방역 조치가 계속 완화되고 있어 유행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고 현재 확진자 계산에는 PCR 양성만 반영되고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은 반영이 안 돼 증가세 자체가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하루 만에 8만 명이 늘었는데 둔화세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어제 확진자 22만명을 기록한 것도 PCR 검사는 60세 이상 또는 의사소견서 보유자나 자가검사키트 양성 판단을 받은 사람만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감염자는 35만명을 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확진 규모 뿐 아니라 확진자의 치명률, 사망률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명돈 국가감염병임상위원장은 이날 방역당국에 "60세 이상의 연간 사망자 수와 폐렴, 결핵, 교통사고 등의 사망자 수 등과의 비교를 통해 오미크론의 질병 부담이 상당히 낮아졌고 이를 고려한 방역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