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022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2.2%, 실질 성장률 3.1%, 경상수지 800억 달러 흑자를 각각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수정 경제 전망'을 내면서 물가 상승률을 3.1%로 기존 전망인 2%보다 1.1%포인트 올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석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을 공급하는 국제 원자재 핵심 생산국이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국내 생산자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물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은은 이를 반영해 일단 물가 상승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3%대 물가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2012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수입 물가가 올라, 결과적으로 한국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연평균 100달러에 달하면 한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가 급등하면 성장 동력이 약해진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 제품 가격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는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구체화되고 있는 지금 글로벌 교역 조건이 악화되며 한국 경제를 이끄는 수출이 더 위축될 수 있다.
이미 금융시장은 타격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알려진 지난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0.73포인트(-2.60%) 내린 2648.80에 마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지난 16일부터 사수했던 2700선마저 무너진 것이다. 이후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305억 달러 감소한다. 120달러까지 오를 경우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는 각각 0.4%포인트, 516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국제유가가 100달러가 된다고 가정할 경우 기재부(3.1%)와 한은(3%)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대로 뚝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원재료비 부담이 커진 화학·정유·철강 산업에서 타격은 불가피하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에서 연간 23만대를 생산하는 현대차 등 자동차 업계도 영향권 안에 놓였다.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네온가스 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도가 높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