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외환보유고가 6350억 달러로 세계 4위인 점이 말해준다. 또 국경을 맞댄 중국이 오히려 교류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여서 제재의 약발이 먹힐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미국 금융기관 제재, 수출통제 칼 빼들어
러시아에서 가장 큰 스베르방크와 VTB 등 두 은행을 포함한 90여개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게 된다. 앞서 22일에는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VEB와 방산지원특수은행인 PSB 2곳, 이들의 자회사 42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 및 정부 핵심 인사와 그들의 성인 자제들도 제재 대상에 올랐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 조처는 포함되지 않았다.
SWIFT는 1만1천 개가 넘는 전 세계 금융기관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쓰는 전산망으로, 여기서 배제되면 러시아 금융기관들은 외국의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전면 중단돼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거론돼 왔지만 유럽 각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크다.
해외 기업이 美기술로 생산한 반도체 등도 통제 대상…한국 기업도 영향
특히 중국의 기술기업 화웨이를 제재할 때 빼들었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함으로써 외국 기업도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제품을 사실상 수출하지 못하게 된다. 한국도 러시아에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을 수출했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 금융시장뿐 아니라 반도체·소프트웨어 등 기술산업을 겨냥한 제재에 들어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5일 특별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은행시장의 70%를 겨냥한 제재를 결정했고 반도체나 첨단 기술 분야 등 미래 번영을 이루는 데 중요한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주요 산업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 부문은 장비 수출규제의 방식으로 제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영국, 캐나다, 일본 등도 독자제재…한국은 제재에 동참하는 방식
일본도 러시아 개인·단체에 대한 자산 동결과 비자 발급 정지, 러시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동결, 반도체 등 범용품 러시아 수출에 관한 제재 등 추가 제제에 나섰고, 캐나다는 항공·IT 분야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고 러시아 고위인사 등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한국도 독자 제재는 아니지만 대러 수출통제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제재보다 약해 추가 제재 가능성…서구 국가도 타격 불가피
미국 등의 제재가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재의 효과 여부를 지켜봐 가면서 추가 제제가 검토되고 에너지 기업 제재, SWIFT 결제망 퇴출, 푸틴 제재 등이 메뉴판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너지 제재나 SWIFT 결제망 퇴출 등은 서방 국가에도 큰 고통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