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도 만만치 않다…"걸리고 넘어가잔 건 도박"

오미크론은 경증?‥폐렴‧어지럼증‧시력저하 등 증상 호소도
정부 "오미크론 치명률은 독감 두 배, 과민할 필요 없어"
전문가 "오미크론 약하단 메시지‥위험한 사인될 수 있어"

서울 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지며 '차라리 걸리고 지나가는 게 낫다'는 주장마저 나오는 가운데 심상치 않은 증상을 호소하는 확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고위험군이 아닌 60대 이하 확진자는 경미한 증상이 대부분이지만, 드물게 폐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오미크론을 절대 가볍다고 치부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대부분 '경증'이라더니 폐렴에 시력저하, 후각상실도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미크론에 걸린 확진자들은 공통적으로 '단순히 흔한 감기로 여기기에는 훨씬 심한 증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폐렴 진행이 적다고 알려진 오미크론이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경기도 하남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오미크론 확진 후 폐렴을 진단받고 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A씨는 "3일째 설사 증상이 있더니 샤워 도중 숨이 확 막히다 안 쉬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결국 엑스레이에 CT까지 찍었더니 폐렴소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재택치료 중 호흡곤란 등 폐렴 증상이 의심된다면 긴급 의료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관리군에 포함된 있던 A씨는 입원 과정도 쉽지 않았다. A씨는 "폐는 제때 치료를 안 받으면 손상된다고 해 바로 입원하고 싶었지만 통화가 계속 안 돼 이틀 후에나 겨우 입원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 준중증·중등증병상 모니터에서 병동에 있는 환자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박종민 기자
오미크론에 확진된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은 심한 발열과 인후통이다. 인천에 사는 20대 여성 B씨 또한 "이틀간 잘 때 옷이 다 젖을 정도로 식은땀이 났다. 발열이 끝나자 이마와 관자놀이가 계속 핑 돌고 시야가 어두워지는 느낌이 지속되고 있다"며 "요즘 코로나 확진자가 대부분 무증상이라고 들어서 나도 그냥 지나가겠지 했는데 감기의 몇 배는 더 심하게 아팠다"고 말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20대 C씨는 격리해제 이후에도 기침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한동안 회사에 출근을 하지 못했다. 그는 "기침 가래와 함께 심한 몸살이 이어져 감기약을 복용하고도 호전이 되지 않았다"며 "같이 확진된 동거가족 중 유일한 유증상자였는데 인후통과 두통, 근육통이 한 번에 같이 와서 호되게 앓았다"고 말했다.
 
30대 C씨도 "처음엔 감기가 옮은 정도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심하게 목이 부어 음식을 못 먹고 말을 할 때도 목이 찢어지게 아팠다"고 말했다. 또 "목이 조금 가라앉자 고통이 코로 옮겨가 코감기와는 다른 느낌으로 코가 얼얼하게 아픈 느낌이고 후각이 상실됐다"고 덧붙였다.

오미크론 독감 수준 치명률?…"경각심 떨어트리는 메시지"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연합뉴스
방역당국은 연일 오미크론의 치명률을 계절독감과 비교하며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1일 "인구 표준화를 통해 비교분석해보면 델타의 경우 치명률이 0.7% 정도고, 오미크론은 0.18%로 0.1% 중후반대를 안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감(0.05~0.1%)과 비교하면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약 2배 정도 더 높다"며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을 감기와 비교하며 낮은 치명률을 강조하는 정부의 메시지에 대해 경각심을 떨어트리는 위험한 사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0.13%의 치명률로 하루에 확진자 10만 명이 발생한다면 한 달 사망자가 3900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 년에 독감으로 직접 사망하는 숫자는 수백 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감은 명확한 치료제가 있지만 오미크론은 팍스로비드와 렘데시비르라는 약이 있어도 쉽게 처방받기 어려운 구조"라며 독감과의 비교를 경계했다.
 
정 교수는 또 "마스크를 쓰고 개인방역을 철저히 해도 오미크론 확산세가 이 정도인데, 정부가 계속 오미크론이 약하다는 사인을 보내면 '오미크론이 별 거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무장을 풀었을 때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변이를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안젤리크 쿠체 박사도 지난 17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을 걸리는 게 낫다는 주장은 '도박'"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경증이라는 건 신경을 안 써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요소들이 고위험과 합병증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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