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무역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희귀가스 일부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고 있다. 양국의 충돌이 가시화될 경우 이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리콘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새기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네온(Ne)의 경우 러시아(5.3%)와 우크라이나(23%)를 합쳐 비중이 28.3%에 달한다. 특히 2020년에는 우크라이나에서만 전체의 절반이 넘는 52.5%의 네온을 수입하기도 했다.
지난달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광양제철소 산소공장에 네온 생산 설비를 준공하고 제품 출하를 시작했지만 아직 국내 반도체 업계는 네온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야 국내 수요의 16% 정도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식각공정(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깎는 것)에 활용되는 크립톤(Kr)의 경우 이들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다. 지난해 수입된 크립톤의 절반에 가까운 48.2%가 우크라이나(30.7%)와 러시아(17.5%)에서 왔다.
이밖에 크세논(Xe) 역시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17.8%, 러시아에서 31.3%를 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네온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불거진 2015년 우크라이나 분쟁 당시에는 가격이 10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후 소프트웨어 로직 변경과 퍼징 공정 등을 최적화해 네온의 사용량을 절반 가까이 줄였지만 네온 등은 여전히 반도체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낸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에 반도체 생산용 네온 가스 가격이 세제곱미터(㎥)당 3500달러로 10배 이상 상승한 경험이 있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분재잉 반도체 수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업계에서는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을 계기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 온 만큼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 가능성에 이날 코스피가 1.35% 하락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1.35%와 1.15%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