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모드' 안철수, 윤석열 집중 공세…데이터경제·기준금리 등 전방위
안 후보는 시작부터 윤 후보를 정조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첫 TV토론은 경제 분야에 관한 주제를 다뤘다. 당초 안랩 등 기업 운영 경험이 있는 안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긴 했지만, 윤 후보를 향한 안 후보의 파상공세는 예상보다 더 거셌다.안 후보는 초반부터 윤 후보가 '디지털 데이터 경제' 공약을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질의를 시작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디지털 데이터 경제라고 말했는데, 거기에 핵심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에 윤 후보는 "5G라거나 데이터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 이것들이 전부 클라우드에 모여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발언 기회를 다시 얻은 안 후보는 "국가 데이터 공개는 데이터산업과 인공지능의 근본이다. 정부에서 이런 것들을 전혀 공개하지 않으니 우리나라가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윤 후보가) 확실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상 흐름 속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질의에서도 안 후보의 압박은 이어졌다. 안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금리를 올리게 되면서 동시에 확장 재정을 하게 되면 이것이 금리 인상 효과가 상쇄돼 더 많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하는 그런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데 왜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만 생겼다고 생각을 하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손실보상은 국가가 의무를 지는 부분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전반적인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취지로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이에 안 후보는 "(윤 후보가 질문의) 핀트를 못 잡고 계신 것 같아서 다시 여쭤보자면 지금 우리가 (금리 인상과 현금 지원 등) 서로 다른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된다"며 "재정을 확장해야 되고 그렇지만 재정 건전성을 확보를 해야 한다. 그러면 생각하시는 방법이 있냐"고 몰아세웠다. 윤 후보가 "어느 당국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에 무슨 일반적인 해답은 없다"고 답하자, 안 후보는 "아마 깊이 고민을 안 하신 것 같다"며 자신이 지난해부터 제안한 '코로나19 특별회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의 경제 공약을 지적하며 "삼성전자도 애플처럼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도 안 후보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안 후보는 "제가 처음에 정부 데이터 공개 관련 언급한 것은 사실 빅데이터 기업"이라며 "빅데이터 기업과 플랫폼 기업은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그 둘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페이스북 등 여러 플랫폼 기업들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분야를 만들지 않으면 우리가 거기에 들어가 새롭게 사업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파상공세에 윤석열, 헛웃음 등 충돌 회피…양측 아전인수 식 호평
후보 단일화 협상을 둘러싸고 안 후보와 윤 후보의 '공격과 수비'라는 구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윤 후보가 경제 정책과 관련해 무지한 모습을 드러내며 많은 약점을 노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오늘 토론은 경제 분야라서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자는 논의는 있었지만, 안 후보가 생각보다 더 세게 몰아붙여서 놀랐다"며 "윤 후보의 답변에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인 것은 윤 후보가 정말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됐다고 판단해서 그런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선거 운동 와중에 다시 토론을 준비하느라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경제 분야는 아무래도 윤 후보에게 약한 부분이라 걱정은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심각해서 여론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토론에 대해 각 당 후보들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적임자로서 모습을 보여줬다며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평가를 내렸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토론은 누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무너진 경제를 다시 살릴 적임자인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며 "윤 후보는 우리 국민들이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비전과 함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 홍경희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산업 생태계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과 통찰력을 선보인 '빛'이라는 안 후보가 있다면, 경제에 무지한 거대 양당의 '그림자' 두 후보가 있었다"며 "후보 자신의 경쟁력 없이 거대 진영에 기댄 지지율로만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회한의 눈물로 5년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