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복 누가 제일 잘했습니까?" (지지자들 사이에 문재인이라는 답변이 나옴)
"자기가 지은 죄 남에게 덮어 씌우고, 남은 짓지도 않은 죄 만들어서 선동하고, 이게 파시스트,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입니다. 이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17일 경기도권 현장 유세 도중 한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정권 수사 발언을 청와대가 '정치 보복'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 대놓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발끈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정치보복을 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측과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을 수사한 '윤석열 검찰'이 정치보복을 실행했다는 말이냐. 그런 자가당착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심한 것 아니냐. 정치가 이래도 되느냐"는 한탄도 나왔다.
히틀러와 무솔리니 등 악명 높은 독재자들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권을 '파시스트'에 비유한 윤 후보 발언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분위기다.
다만, 윤 후보의 발언이 더 거칠어지는 경우라도 청와대가 강하게 나설지는 미지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윤 후보를 향해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 했단 말인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건지 대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뒤부터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정하고 안전한 선거 관리"를 주문하며 정치적 발언을 자제했으며, 외부 일정을 줄이는 대신 외국인 투자 기업인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 등 경제 행보에 주력해왔다.
선거가 불과 2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청와대가 적극적 행보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가 맞대응 대신에 방역과 민생경제에 치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여권 일각에서는 있다. 현재 문 대통령은 물론 참모들도 대선 국면에서 청와대의 남은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이 사과까지 요구한 상황에서 윤 후보가 발언 수위를 계속해서 높일 경우에는 청와대도 공식 대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