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스웨덴 산골 화가, 동해 해안선에 꽂혔다

안드레아스 에릭슨 개인전 '해안선'(Shoreline) 전경. 학고재 제공
안드레아스 에릭슨 개인전 '해안선'(Shoreline)이 삼청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다. 2019년 학고재와 학고재청담에서 연 아시아 첫 개인전이 한국의 산을 주제로 다룬 반면 이번 전시는 동해의 해안선을 담았다.

지난 전시가 회화, 판화, 조각, 태피스트리를 폭넓게 소개했다면 이번 전시는 회화를 집중 조명한다. 캔버스 14점과 종이 작업(드로잉) 44점을 만날 수 있다.

시작점은 DMZ(비무장지대)였다. 안드레아스 에릭슨(47)은 DMZ의 이념적 성격을 배제하고 환경적 특성에 주목했다. DMZ는 자연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작가는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자생하는 자연의 영토를 화면에 빗대어 표현했다.

해안선 #12 Shoreline #12,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Acrylic and oil on canvas, 180x140cm
2020년 팬데믹 상황을 마주하며 환경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고, 작가의 시선은 DMZ를 넘어 동해의 해안선으로 확장됐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내한이 불발된 작가는 영상 편지에서 "44점의 드로잉 중 36점을 코로나19로 격리 중이던 2020년 제작했다. 드로잉을 거듭할수록 화면이 해안선의 모습을 닮아가기 시작했다"며 "구글 맵을 통해 한국을 여행하면서 제 자신이 동쪽 해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드로잉을 바탕으로 지난해 회화를 그릴 때도 이 부분을 염두에 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해안선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구분하는 동시에 연결 짓는 매개다. 남북의 영토, 땅과 바다, 자연과 문명이 만나는 중립지대를 상징한다.

전시장은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는 대형 회화부터 한 눈에 담기는 소품 회화까지 화면 규모가 다채롭다. 입구에는 드로잉 연작 '무제'가 빼곡하게 걸려 있다. 전시장 안으로 벌걸음을 옮기면 회화 '해안선 #12'(2021)가 눈길을 끈다. 차분한 파스텔 톤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우측 하단부의 푸른 빛깔이 청량한 생동감을 전한다.

해안선 #1 Shoreline #1, 2021, 캔버스에 템페라, 아크릴릭, 유채 Egg-oil tempera, acrylic and oil on canvas, 280x300cm
대형 캔버스에 그린 회화는 항공 시점으로 내려다본 지도 위 풍경을 연상시킨다. 나란히 폭 3m에 달하는 '해안선 #1'(2021)과 '해안선 #2'(2021)는 낮밤의 풍경처럼 호응하는 구도다. 상단부의 푸른 색채가 동해 바다의 빛깔을 은유한다. 다채로운 색채와 질감이 어우러지는 화면은 시각과 촉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스웨덴 비외르세터 출신인 작가는 2000년 이후 가족과 함께 스웨덴 메델플라나 인근 시네쿨레 산속에 살며 작업하고 있다. 바네른 호수를 근처에 둔 숲 한가운데서 사는 그는 자연에서 발견한 요소를 작업 안에 풀어낸다. 2011년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북유럽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어 주목받았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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