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지겨워도 조국 사건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조국 수사가 끝나고 강희철 한겨레신문기자는 '법조외전'이라는 책에서 "요란한 구호만 난무하던 문재인 정권도 어느덧 후반기, 다시 '검찰의 시간'이 오고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마지막 글을 남겼다. 사실 그런 예상을 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조국은 억울하다고 해도 울림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의 상황을 만든 장본인 중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집권 시) 적폐수사를 하겠다"고 엊그제 정치보복을 예고했던 윤 후보가 문 대통령이 취했던 검찰개혁이라는 '판' 자체를 모조리 갈아엎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는 검찰총장에게 예산권을 주고 민주주의에서 견제와 균형 원리로 도입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도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말 그대로 검찰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심산 외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만일 이런 상황이 도래한다면, '차관급'에 불과한 검찰총장은 대통령 다음의 권력자가 될 것이 뻔하다. 장담컨데 그 검찰총장 권력은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육·해·공 참모총장'이 가진 권력을 능가하고 더 큰 권한은 국정 곳곳에서 반드시 파란을 일으킬 것이다. 칼은 꼭 후환(future trouble)을 남긴다.
'총'과 '극초음속미사일'로 국민을 위협할 수 없는 세상이다. 권력자는 정치검찰을 동원하면 사법적 외양으로 세련된 포장이 가능하다. '피 흘리지 않는 사회적 매장'에 범죄의 낙인만큼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편은 없다.
그러나 시스템에는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만능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체제를 갖춘다 한들 결국 그것을 운영하는데서 수없는 좌절과 실패가 반복돼 온 사실을 우리는 목도해왔다. 외피는 모두 시스템으로 분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에 타죽을 수 있다는 소름돋는 얘기다. 정권은 그 배후에 노무현 세력이 있다고 봤다. 이 딜레마를 귀신처럼 알아챈 한상률(당시 국세청장)은 태광그룹 세무조사를 단행했고, 정권에서 사인을 받은 대검중수부는 탈탈 털어 십수명을 구속했다. 마지막 단계에서 권양숙 여사가 나왔고 그러다가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권의 사인은 시스템 일부가 아니고 거의 전부일 수 있다. 검찰이 수사 단서가 발견돼 이 사건을 자발적으로 수사했다고 한다면 터무니 없는 소리 일 것이다.
'대통령의 불간여, 시스템 적폐수사'를 윤 후보가 설파할 때, 부인 김건희 씨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김 씨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현실에서의 사법운영 원리를 명명백백하게 꿰뚫고 보고 있었다. 검찰총장 부인다운 놀라운 혜안(?)이다.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경찰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
"그럼 나한테 줘 아니…나한테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번호를 줄테니까 거기다 해. 내가 한동훈이한테 전달하라고 그럴게"
"조국·정경심도 그냥 가만히 있고 구속 안 되고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방송·유튜버들이 너무 많이 키운거야"
세상은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가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