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MSNBC에 출연해 러시아를 성토했다.
그는 어떤 군대 철수도 보지 못했다면서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매우 위협적인 방식으로 대규모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유럽의회 연설에서 "나토는 아직 어떠한 러시아 병력 축소의 신호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어제 희망의 신호를 봤지만 이제 이 말에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군대가 철수했다면 모두가 봤을 텐데 지금으로선 단지 성명에 불과할 뿐"이라고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에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쪽 국가인 벨라루스에 머물고 있는 러시의 병력의 경우는 20일 연합훈련이 종료될 것이므로 다음 주에는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6일 침공설'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흘린 허구의 날짜라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1년 동안 러시아의 침략 일정을 알려 달라"는 조롱의 글을 공개했다.
크렘린궁도 "서방 국가는 우리가 우리 땅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 언론은 정보기관(KGB) 출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노림수가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애초부터 전쟁 의사가 없던 것 아니냐는 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비슷하거나 동일한 언어를 쓰는 같은 슬라브 민족인데다 실제로 양 국가에는 친인척들이 교차 거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의지가 약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미국으로선 푸틴의 노림수에 놀아난 셈이 된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되레 러시아에 강경하게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나토는 이날 러시아에 대항해 병력을 증강하겠다고 역공책을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러시아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태세 전환으로 읽힌다.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 의사가 있건 없건 지금까지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득을 보는 쪽은 푸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입지에 대한 러시아의 의중을 국제사회에 강하게 각인시킨 데다 우크라이나 집권세력의 NATO가입 중단에 강력한 압박과 제동을 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그 동안 중단돼 왔던 미국과의 군축협상 재개의 토대도 이번 기회에 만들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더라도 러시아는 전면공격은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지적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부에선 지금의 전쟁 전야 같은 긴장상태가 장기화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도 러시아의 위협은 유럽에서 '뉴노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