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는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을 방문해 과거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무인도로 들고 가고 싶은 3가지로 실업, 부정부패와 더불어 지역주의를 꼽았던 사실을 꺼냈다. "현명한 도민과 시민들께서 지역의 독점 정치를 깨고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한 그는 "수십년에 걸친 이 지역의 민주당 독점 정치가 광주와 전남을 발전시켰냐. 지역민에게 한 게 뭐가 있냐"며 날을 세웠다. 지역 발전을 위해선 탈지역주의, 곧 표심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윤 후보는 "이건 정치 보복 문제가 아니다"며 "저 윤석열은 보복을 생각도 안 했고 하지도 않을 것이니 그런 엉터리 프레임으로 위대한 국민을 현혹하지 말라"고 더불어민주당이 공세에 나선 자신의 '집권 시 적폐수사' 발언이 정치 보복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전북 전주역에서 이어진 유세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됐다. 윤 후보는 이곳에서도 첫 화두로 지역주의를 꺼내 "수십년간 특정 정당이 지역 독점 정치를 해왔는데, (그래서) 전북 경제가 좋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이번에 저희가 호남인을 상대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기 전에 (민주당은) 호남이 자기네 텃밭이라고 유권자들한테 문자 한 번 안 보내다가 지금은 급해서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하고 찾아 온다더라"며 "이곳을 '누워서 하는 곳'으로 생각했던 모양인데, 이번에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달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는 불과 하루 전 대구·부산 유세에서 "배은망덕한 정권" "해방 이후에 이런 정권을 본 적 있냐"며 평소보다 날카로운 용어를 사용한 것과 대조적인 것이다. 이날 호남 일정 이후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큰 충청, 강원 지역 유세에서는 전날의 강한 표현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다시 "충북인들이 한 번 해보라며 민주당을 많이 밀어줬지만 지역경제가 어떻게 됐냐. 자기 편끼리 갈라먹기만 하고,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었다"며 "오랜 세월 집권해 이권을 나눠 먹은 카르텔 기득권 세력을 국민을 위해 박살내겠다"고 다시 어조를 강화했다.
이러한 지역 맞춤 강약 조절은 '텃밭' 영남을 선두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강원, 충청과 대조적으로 전통적으로 지지세가 약한 호남의 특성을 고려해 유세 방식을 유연하게 한다는 의미가 크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영남권은 정권 교체의 열망이 워낙 뜨거운 만큼 거기에 중점을 두기 위해 그러한 표현이 사용됐지만, 호남권은 정권 교체 요구 분위기가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다"라며 "다만 민주당이 오랫동안 지역정치를 독점해오면서도 경제 발전에 대한 염원은 물론, 최근엔 국민 통합에 대한 의지 또한 실현해주지 못한 것에 비판의 주안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윤 후보의 '집권 시 적폐 수사' 발언이 최근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볼 때 호남 지역에 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