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22 베이징 올림픽 취재 뒤에 담긴 B급 에피소드, 노컷뉴스 '베이징 레터'로 확인하세요.
"요즘 애들요? 긴장 안 해요. 저만 긴장해요… '요즘 많이 달라졌구나', '나보다 낫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 쇼트트랙 대표팀 곽윤기(고양시청), 대표팀 분위기에 대해
2022년, 확실히 다릅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올림픽과 스포츠를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 다릅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 전사들 이야깁니다.
대회는 어느덧 막바지로 향합니다. 한국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전지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국제 대회 출전도 어려웠지만 그 속에서 일궈낸 소중한 결과죠.
올림픽 취재의 백미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입니다. 훈련이나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선수들을 붙잡고 소감 등을 물어보죠. 그곳엔 한국 선수뿐만 아니라 각국의 다양한 선수가 있습니다. 믹스트존 분위기만 봐도 그 나라의 팀워크를 알 수 있죠.
"후배들, 확실히 약간 패기가 넘치는 게 숙소에서도 느껴지더라고요. 정말 애들이 훈련할 때는 정말 딱, 집중해서 딱 하고 또 놀 때는 또 누구보다 정말 아기들처럼. 저로서는 조금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강원도청), 후배들에 대해
우리 태극 전사들, 믹스트존 분위기도 최고입니다. 왜냐면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죠.
여러분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은 좁고 인재는 넘쳐나서 치열한 경쟁을 강요 받습니다. 특히 입시라는 제도가 한몫하죠. 그래서 1등을 하지 못하거나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순위로 결정되는 스포츠는 더 합니다. 1등부터 차례대로 결과가 나오죠. 기록에 따라 연봉도 극과 극을 달립니다. 어떻게 보면 무한 경쟁의 최전선이죠. 특히 세계 최고의 선수가 나서는 올림픽은 말할 것 없죠.
그런데 우리 태극 전사들, 이제는 진정 올림픽의 의미를 즐길 줄 아는 스포츠맨이 되었습니다. 올림픽 정신을 망치는 편파 판정에는 강하게 할 말을 했고 그러면서도 결과에는 승복했습니다. 잘못했을 때는 먼저 다가가 사과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판정은 정말 심판의 몫이니까요…깨끗하게 경기했지만 더 깨끗하지 못한 경기였으니 제가 그런 판정을 받았겠죠." -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강원도청), 편파 판정 실격 논란에 대해
여기까지는 과거와 비슷했습니다. 조금 더 달라진 점은 함께 경쟁한 상대를 존중하는 것도 아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같은 대회에서 대결을 펼쳤지만 상대의 장점은 칭찬하고 격려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메달의 종류에 연연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던 것 기억나시죠? 메달을 딴 것 자체가 굉장한 것이었는데 선수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스스로 만족하면 그것이 스포츠라는 것을 느끼죠. 물론 금메달을 따지 못해서 아쉬워는 합니다. 그래도 자신의 노력과 가치를 평가 절하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고, 인정하는 좋은 정서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쇼트프로그램 이후 메달권을 기대하신 분들이 계셨을 텐데 오늘 경기가 저한테는 좀 더 희망적이고 앞으로 기대되는 경기로 마무리하지 않았나 합니다." - 피겨스케이팅 차준환(고려대), 최종 5위 입상 후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열린 2022 도쿄올림픽에서부터 감지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베이징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수들 말고 국민들도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격려죠.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던 것에는 국민들의 지나친 욕심도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태극 마크를 달고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나왔기에 부담감이 컸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다치지만 말아라', '메달은 상관없다'. '정말 후회 없는 경기하고 와라'.…근데 정말 그런 부분에서 힘이 더 많이 됩니다." -쇼트트랙 이유빈(연세대), 여자 1000m 결승 진출 실패 후
요즘은 어떻습니까?
여러분도 저도 은메달, 동메달, 나아가 올림픽에 출전한 그 도전 자체를 축하하고, 격려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선수들도 그대로 느낍니다. 그리고 지금의 선수단 분위기가 나오는 거죠.
이제 며칠 안 남았습니다.
우리 마지막까지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말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