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와 뒤이은 삼표산업의 양주 채석장 매몰사고, 현대중공업의 크레인 끼임 사망사고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나라 곳곳에서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에는 그동안 폭발사고가 잇따랐던 여천공단에서 또다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치는 최악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모두를 망연자실하게 하고 있다.
유가족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에 첫 아들을 낳고 매일매일 행복에 겨워했다. 그 작은 피붙이를 놔두고 어떻게 눈을 감느냐"고 오열해 주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쉼없이 발생한 안전사고로 아버지, 남편, 자식을 비명에 보낸 안타까운 사연은 셀수 없을 정도다. 그런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 정도면 사고공화국이라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대부분 사고들의 원인에 대한 정황만 봐도 인재형(人災) 참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유가족은 물론이고 전(全)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광주의 아파트 붕괴사고는 동바리가 제거된 상황에서 타설중이던 슬래브 평면의 일부가 꺼지는 장면이 포착됐고,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으로 대표이사가 입건된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는 발파자의 자격이 사법당국 수사의 쟁점으로 떠올라 있다. 현대중공업 끼임사고 역시 현장에 적정한 관리감독자가 부재해 인재로 지적되긴 마찬가지였다.
여천NCC 3공장 열교환기 시험가동중 발생한 이날 사고는 열교환기를 청소한 뒤 시험가동을 위해 압력을 높이던 중 (열교환기의)1톤 짜리 금속뚜껑이 압력을 이기지 못해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했다. 가압 작업이 이뤄진 시각 작업인부들은 모두 교환기 주위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와 경찰은 △금속뚜껑이 제대로 체결돼 있었는 지, △작업 당시 노동자들이 머무른 위치와 관련, 현장의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 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희생자 빈소를 찾은 노조 관계자는 11일 "최소 인원 외 나머지 노동자들이 안전지대 밖에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청업체에다 일을 맡기더라도 철저한 안전관리를 해낸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위험도 피하고 공사대금도 싸니 '일석이조'를 택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면 안전만은 반드시 챙기는게 도리다. 특히 지난해 전국적으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치권에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입법했고 법 시행전 상당기간 홍보기간도 거쳤다.
안전에 둔감했던 대한민국 사회를 깨우고 각성시키기엔 3년여 세월이 너무 짧았을까, 얼마나 더 많은 무고한 생명이 죽어나가야 뿌리깊은 안전불감증이 근절될 지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