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대한민국은 산재공화국…여천NCC 폭발도 '인재(人災)'

여천NCC 3공장 폭발 현장. 연합뉴스
2022년 새해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뉴스가 산업현장의 참사 소식이다.

광주시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와 뒤이은 삼표산업의 양주 채석장 매몰사고, 현대중공업의 크레인 끼임 사망사고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나라 곳곳에서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에는 그동안 폭발사고가 잇따랐던 여천공단에서 또다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치는 최악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모두를 망연자실하게 하고 있다.

유가족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에 첫 아들을 낳고 매일매일 행복에 겨워했다. 그 작은 피붙이를 놔두고 어떻게 눈을 감느냐"고 오열해 주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쉼없이 발생한 안전사고로 아버지, 남편, 자식을 비명에 보낸 안타까운 사연은 셀수 없을 정도다. 그런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 정도면 사고공화국이라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 소방청 제공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는 이제 겨우 합동분향소가 차려져 조문이 시작된 상황이고 양주 매몰사고도 마찬가지다. 사고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원인이 뭔지 조차 모르고, 그러다 보니 유가족들의 슬픔은 더욱 뼈에 사무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또 다시 사고다.

특히, 대부분 사고들의 원인에 대한 정황만 봐도 인재형(人災) 참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유가족은 물론이고 전(全)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광주의 아파트 붕괴사고는 동바리가 제거된 상황에서 타설중이던 슬래브 평면의 일부가 꺼지는 장면이 포착됐고,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으로 대표이사가 입건된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는 발파자의 자격이 사법당국 수사의 쟁점으로 떠올라 있다. 현대중공업 끼임사고 역시 현장에 적정한 관리감독자가 부재해 인재로 지적되긴 마찬가지였다.

11일 오전 전남 여수시 화치동 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경찰과 공장 관계자 등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고 역시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얼핏봐도 인재의 정황이 보인다.

여천NCC 3공장 열교환기 시험가동중 발생한 이날 사고는 열교환기를 청소한 뒤 시험가동을 위해 압력을 높이던 중 (열교환기의)1톤 짜리 금속뚜껑이 압력을 이기지 못해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했다. 가압 작업이 이뤄진 시각 작업인부들은 모두 교환기 주위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와 경찰은 △금속뚜껑이 제대로 체결돼 있었는 지, △작업 당시 노동자들이 머무른 위치와 관련, 현장의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 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희생자 빈소를 찾은 노조 관계자는 11일 "최소 인원 외 나머지 노동자들이 안전지대 밖에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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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사고의 희생자가 대부분 하청업체 노동자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고 힘없는 노동자만 산재의 희생물로 내몰리는 점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 지 오래다. 여천NCC 폭발사고로 희생된 사람 8명 가운데 7명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 역시 '죽음의 외주화'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하청업체에다 일을 맡기더라도 철저한 안전관리를 해낸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위험도 피하고 공사대금도 싸니 '일석이조'를 택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면 안전만은 반드시 챙기는게 도리다. 특히 지난해 전국적으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치권에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입법했고 법 시행전 상당기간 홍보기간도 거쳤다.

28일 태안화력 정문 앞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 노동자 추모조형물 제막식'에서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아들의 조형물을 어루만지고 있다. 김용균재단 제공
그러나 올해들어서 발생한 사고들만 놓고봐도 백약이 무효인게 입증되고 있다. 3년전 젊디젊은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목숨을 앗아간 태안화력발전소 참사 이후 바뀐게 하나도 없다. 언론이 보도하고 법이 바뀌고 제도와 시스템을 갖춘 보람이 하나도 없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니 누군들 바뀌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싶다.

안전에 둔감했던 대한민국 사회를 깨우고 각성시키기엔 3년여 세월이 너무 짧았을까, 얼마나 더 많은 무고한 생명이 죽어나가야 뿌리깊은 안전불감증이 근절될 지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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