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민의 깐부' 염태영 …우리는 닮은꼴"

약자에 대한 배려로 이어진 소년가장의 절박함
허구연 해설위원 "염태영은 약속 가장 잘 지킨 시장"
'지방분권 혁신론자' 염태영 "지방자치 갈 길 아직 멀다"
이재명 "염태영의 정치는 늘 낮은 곳으로 향해"

이재명 후보가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KDLC)의 상임대표인 염태영 수원시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윤창원 기자
"아버지는 철도 공무원이셨다. 일곱식구를 먹여 살리기에 아버지의 봉급은 늘 빠듯했다. 생활비라도 보태겠다고 어머니는 집 한 켠을 터서 구멍가게를 냈다. 나의 유년 시절의 기억은 고등동, 경기도청과 농촌진흥청 직원 관사 방향으로 오르는 길목에 터 잡은 단칸방과 구멍가게 풍경으로 채워져 있다."


약자에 대한 배려로 이어진 소년가장의 절박함


염태영 수원특례시장이 지난 5일 펴낸 에세이 '모두를 위한 나라'에서 나이 스물이 되기 전에 맏상제로 부모와 조부모의 장례를 치르고 소년가장이 됐던 아픈 과거를 드러냈다.

소년가장으로서의 절박함은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수원시는 다른 기초지방정부에는 없는 인권담당관, 노동정책과, 다문화정책과 등 약자를 위한 특별한 부서들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녀가 많으면서 무주택자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사는 가정에게 따뜻한 새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사업인 '다자녀 수원휴먼주택'도 비슷한 맥락이다.

염 시장은 또 지난 2013년 시민들과 함께 이뤄낸 '프로야구 10구단'인 수원KT 유치과정을 담담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40년사를 정리한 책 '그라운드는 패배를 모른다'에서 자신이 만난 한국의 지방자치 단체장 중에서 염 시장을 '약속을 가장 잘 지킨 시장, 언행이 100% 일치한 유일한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염 시장은 이에 대해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위해 수원시를 열심히 도와주었고, 그 후의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허구연 해설위원의 평가여서 뿌듯했다"고 술회했다.

허구연 해설위원 "염태영은 약속을 가장 잘 지킨 시장"


지난달 27일 염태영 경기 수원특례시장이 수원시청에서 신년 기자인사회를 개최했다. 수원시청 제공
'수원시장 12년 동안 가장 잘 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주저없이 '도서관과 공원을 크게 늘린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이 두 공간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접근성'"이라며 "도서관과 공원만큼은 그냥 슬리퍼 신고 오다가다 들르는 '보통'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시장은 청년 세대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먼저 "'청년 세대는 보수화되었는가? 청년세대가 부르짖는 공정은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은 그들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빗겨가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개인적인 성실함과는 상관없이 한 발만 잘못 들여도 인생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여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청년 세대의 분노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80%의 나쁜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하루빨리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 시장은 현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서도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경기도를 서울의 부족한 땅의 대체재 삼아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며 "그 대신 산업체 종사자가 직장 근처에서 쉽게 집을 구할 수 있도록 산업지역을 중심으로 주거지역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지역마다 요구되는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는 보다 진일보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분권 혁신론자' 염태영 "지방자치 갈 길 아직 멀다"


염 시장은 흔히 '지방분권 혁신론자'로 불린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과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 등을 맡아 지방자치법 개정을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최선두에서 싸워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지난 2020년에는 현역 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돼 여의도 정가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9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온라인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된 염태영(왼쪽부터), 신동근, 양향자, 김종민, 노웅래 신임 최고위원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그는 이에 대해 "나 혼자 만들어낸 성과가 아니었다"며 "우리 당의 이름으로 선출된 155명의 단체장, 650명의 광역의원, 그리고 1,650명의 기초의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결국 자치분권 확대를 골자로 하는 개정된 지방지치법은 지난달 13일 전면 시행됐다.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인 경기 수원·고양·용인시와 경남 창원시에는 특례시라는 별도의 행정적 명칭도 부여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생각이다. 몸(시민 편익)에 옷(행정서비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는 희극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염 시장은 "우리 행정은 시민의 욕구가 아닌 중앙정부의 지침에 맞춰 조직되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행정서비스는 시민의 편익보다는 중앙정부에 보고하기 좋은 형태를 띠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똑같은 규격의 공산품이 대량생산되듯 우리 정부가 만들어 내는 행정서비스는 획일화 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이재명 "염태영의 정치는 늘 낮은 곳으로 향해"


이재명 후보가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KDLC)의 상임대표인 염태영 수원시장과 KDLC가 선정한 자치분권국가 실현을 위한 '10대 정책공약' 이행을 약속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의 관심은 이제 '강한 광역정부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역정부는 먼저 기초정부들에게 과감하게 권한과 자율성을 이양하고, 중앙정부로부터 조직과 재정 자율성을 강화해 지역발전을 위한 가장 큰 책임주체이자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염 시장은 최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3선 시장으로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특례시'를 출범시키며 대한민국 지방분권을 전진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원시 행정이 전국의 지자체를 선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늘 업무에 임했다"며 "'수원시가 아닌 대한민국 미래경쟁력의 선도도시를 가꾸어 간다'는 자세를 언제나 잃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추천사에서 '염 시장을 시민의 깐부'라고 치켜세웠다.

이 후보는 "염 시장과는 인권변호사와 환경운동가로 처음 만났고 2006년에는 성남과 수원에서 시장에 출마해 함께 쓴 맛을 봤으며 재수 끝에 함께 시장에 당선됐다"며 "서로 '여의도 정치'라는 배경도 없어 닮은 점이 많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염 시장이 걸어온 궤적에는 '현장'이라는 일관된 맥락이 있다"며 "돌멩이 하나를 옮기더라도 시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그의 정치는 늘 낮은 곳을 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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