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중국을 밀어주는 모양새다. "(중국과)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는 베테랑 곽윤기(고양시청)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가 차례로 실격됐다.
쇼트트랙 전설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진선유 KBS 해설위원은 "이게 쇼트트랙이 맞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2010년 밴쿠버 올림픽 2관왕 이정수 KBS 해설위원도 "심판이 메달을 내려주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실격의 여지조차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진선유 해설위원은 "중국 선수들 앞에서만 달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옆에 붙어서도 안 된다"고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했다.
2002년 김동성이 좋은 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그 유명한 안톤 오노 사건, 즉 편파판정에 금메달을 날렸던 김동성은 같은 해 세계선수권 1500m에서 분노의 질주를 선보였다. 초반부터 스퍼트를 해 경쟁자들을 1바퀴 이상 따돌렸고,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1위로 들어왔다.
실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레이스였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 500m에서도 아리안타 폰타나(이탈리아)가 비슷한 방식의 레이스를 펼쳤다. 김동성과 레이스의 거리 차이는 있지만, 스타트부터 치고 나가 끝까지 선두 자리를 지킨 채 골인했다. 장위팅(중국)이 결승에 나섰지만, 4위에 그쳤다.
이정수 해설위원은 "폰타나가 정말 대단한 선수다. 중국 선수들이 추월할 능력이 안 되니까 홈 텃세도, 오심도 나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