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 여러 명을 상습 학대한 사건과 관련해 양산시청의 미흡 대응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 부모에 이어 정치권과 전문가는 담당 공무원의 능력 부족과 소극 행정 탓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 마련을 양산시에 주문했다.
정숙남 양산시의원(국민의힘)은 8일 "여성친화도시라 인증하고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라고 홍보해놓고는 정작 시청 담당 공무원들이 아동학대에 관한 법령 숙지 부족으로 인해 부모들이 큰 피해를 봤다"며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인데 시청에서 자료를 받아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시가 최근 여성친화도시로 여성가족부로부터 3단계 인증을 받았다는 치적 홍보와 달리 아동 보육에 있어 실무적으로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피해 부모들은 전날 열린 양산시의회 앞 기자회견에서 "어린이집 원장과 양산시청 담당 공무원이 개인정보 보호법과 영유아보육법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아 CCTV 열람이 늦어지는 등 차질을 빚었다"며 "우리들이 학대 의심이 들면 CCTV 열람이 가능하다는 개정 법안을 찾아 해결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경남경찰청은 피해 부모들의 신고에 따라 해당 어린이집 교사 50대 A씨가 6명 이상의 아이들을 때리는 식으로 학대를 한 혐의로 조사 중이다. 원장 또한 관리 소홀 유무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같은 공무원 능력 부족과 함께 어린이집 자진 폐업을 가만히 두는 것도 '소극 행정'이라고 아동 전문가는 지적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해당 어린이집이 자진 폐원한다는 건 행정 처분을 받지 않았으므로 다른 곳에서도 즉시 개원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양산시는 소극 행정하지 말고 학대 사건이 발생한 일어난 어린이집에 일정 기간 운영 정지와 원장의 자격 박탈 등의 행정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이달 말 책임을 지고 자진 폐업하겠다고 했는데, 지자체가 적극 나서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형사 처벌과 별개로 행정 처분을 일정 시점에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만 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이 운영을 멈춤으로써 일시적으로나마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논의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인재근 민주당 의원(서울 도봉구갑)이 '어린이집 행정처분 회피 방지법(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아동학대 등 위법행위를 저지른 어린이집은 그에 상응하는 행정처분을 받도록 돼있다. 그런데 이를 회피하려고 어린이집이 미리 지자체의 행정제재 처분기간 중 폐업 신고를 하는 꼼수를 부려왔다. 이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게 이 법안의 주요 골자였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인재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어린이집 32곳이 아동학대 등 위법행위가 적발됐지만, 자진 폐업 방식으로 행정처분을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에서는 진주시가 선제적으로 이런 꼼수를 막은 사례도 있다. 진주시는 지난 2020년 7월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 2곳에 대해 각각 6개월간 운영 정지와 함께 원장·보육교사에 대해 자격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법원 판결 전에 비교적 빨리 내린 바 있다.
아동학대 재발 방지 대안도 나왔다. 어린이집 종사자들과 아동 학대 담당 공무원의 직무 교육 강화를 골자로 한 조례 제정과 의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표병호 경남도의원(민주당, 양산3)은 "출산률 저조하다고 애 낳으라고 해놓고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했는데도 양산의 담당 공무원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아동 담당 공무원과 보육 기관의 원장, 교사들의 직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산시는 법령 숙지 부족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미흡 대응을 인정했다. 양산시 관계자는 "앞으로 법원 판결 이전에 선제적으로 행정 처분하기 위해 내부 검토 중"이라며 "보호자가 어린이집 내에서 영상을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 완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