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이 지난 4일(현지시간) 통과시킨 미국경쟁법안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 않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도 미국 내에 제조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면 연방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하원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반도체 연구와 설계, 제조에 향후 5년 간 520억 달러(한화 62조 원)를 지원하는 등 연구·개발에 3천억 달러(360조원)를 투자하는 법안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춰 처리했다.
이 법안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응하고 미국이 처한 반도체 공급망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연방 자금을 미국 내 제조업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반도체 공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러몬도 장관은 특히 "삼성과 인텔은 그들의 투자가 반도체 지원 방안의 통과를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면서 "520억 달러 투자가 국내 반도체 제조를 활성화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투자 계획을 미리 설명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부여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국 기업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미국 인텔에 맞서 삼성전자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날 "미국에서 최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움직이는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에 관련 보조금이 나눠질 전망"이라며 "중국이나 대만에서 공장을 세우는 것보다 20~50% 가량 높은 비용을 보조금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지난해 6월 상원에서 처리된 '미국혁신경쟁법안'과 병합해 심사를 받게 된다. 두 법안은 세부 내용에서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반도체 분야에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은 동일하다.
법안 협상 과정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과 그 수위를 두고 어느 정도 논란은 예상되지만 반도체 업계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지원은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이 장악한 상·하원이 큰틀에서 합의를 이룬 셈이어서 향후 큰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TSMC와 삼성전자의 업계 최선단 반도체 공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적에 상관없이 지원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