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일이 다가오면서 이런 저런 요구들이 붙었다. 14일 동안 베이징 밖을 벗어나지 않았어야 하고 4차례의 핵산검사를 받아야 했다. 취재가 아닌 단순 관람이며 1천암페어 이상인 핸드폰 보조 배터리도 안 된다고 했다.
드디어 개막식 당일. 행사시작 9시간 전인 오전 11시 베이징 미디어센터에 도착했다. 여기서 외국 매체 기자들에 대한 인원 점검을 거쳐 2차 목적지인 차오양구 차오양공원으로 향했다.
개막식장으로 향하는 버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공원을 나서면서 긴 장사진이 만들어졌다. 이어 개막식이 펼쳐지는 국가체육장이 있는 올림픽삼림공원에 도착해 한 켠에 버스를 세워놓고 개막식장까지 도보 이동을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개막식장 부근에 외국에서 온 매체들이 이용하는 메인 미디어센터가 있는데 폐쇄루프로 운용하면서 생긴일이었다.
이 곳을 피하기 위해 디귿(ㄷ)자 형태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원래 길을 따라 일직선으로 가더라도 폐쇄루프 미디어센터는 일직선 길에서 50m도 더 떨어져 있어 설사 코로나19가 바이러스가 있다고 해도 서로에게 전이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개막식이 끝나고 귀가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이 곳에 이르러 좁은 길로 돌아가게 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했고 아주 길지는 않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추위에 떨어야 했다.
9만 1천명을 수용하는 일명 새둥지(냐오차오) 국가체육장 관중석은 서서히 채워졌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후좌우로 자리를 비워놓았지만 무관중이었던 반년전 도쿄하계올림픽에 비해 꽉찬 느낌이었다.
이윽고 시작된 개막식.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개막식의 주인공이었다. 그가 모습을 보이자 관객들은 사전에 통지받은대로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선수단 입장식때는 대만과 홍콩, 파키스탄 선수들이 입장할 때 큰 박수를 받았다.
개막식이 끝나고 그 열기도 식어갔지만 상당수 관객들은 식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수십 분을 벌벌 떨다가 30분 가까이 밤길을 걸어 타고왔던 버스에 도착했다. 이미 이 때는 밤 12시가 넘은 상황.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타고 앞차가 가기를 한참 기다린 끝에 버스는 움직였고 수십분 뒤에 1차 집결지였던 차오양 공원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른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스스로 교통편을 찾아서 귀가해야 했다. 새벽시간에 난데 없는 교통체증이 벌어졌고 100미터 앞에 있는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5분 이상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전날 오전 10시에 집을 나선지 16시간 만의 귀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