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의 창단 첫 11연승은 외국인 센터보다 강력했던 '국보급 센터' 서장훈의 전성기 시절에 나왔다. 김선형이 KBL을 대표하는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시기에는 구단 역사상 두 번째 11연승 질주가 있었다.
SK가 이번에는 전희철 신임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리그 11연승을 달성했다.
SK는 4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전주 KCC를 86대72로 누르고 파죽의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구단 최다 연승 타이기록이다.
자밀 워니가 22득점 15리바운드로 활약한 가운데 최준용(16득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 안영준(13득점 6리바운드), 김선형(11득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역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제 11연승을 넘어 구단 역대 최장 기록 도전을 눈앞에 둔 SK는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현재 29승8패로 정규리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11연승 기간에 국내선수와 에이스 자밀 워니의 조화가 눈부셨다.
워니가 평균 22.0득점, 12.7리바운드를 올리며 '구관이 명관'임을 증명하고 있는 가운데 김선형(11경기 평균 15.7득점, 5.4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52.5%)과 최준용(11경기 평균 15.3득점, 5.9리바운드, 4.2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43.6%)가 공수의 중심을 잡아줬다.
이 기간에 경기당 12.5득점, 6.1리바운드를 보탠 안영준의 꾸준한 활약도 눈에 띄었다. 또 팀의 필요에 따라 코트에 투입돼 제 몫을 하고 나오는 롤플레이어들의 존재감도 상당했다.
SK가 구단 역사상 11연승을 달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SK 구단의 첫 11연승은 2001년 12월에 막을 올렸다. 외국인 빅맨들이 판을 치던 KBL 코트를 '국보급 센터' 서장훈이 지배하던 시기다.
서장훈은 당시 11경기에서 평균 26.9득점, 9.5리바운드, 야투 성공률 55.6%, 3점슛 성공률 63.6%를 올리며 코트를 장악했다.
놀랍게도 서장훈은 이 기간에 열린 11경기 중 10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 중에는 연장전도 한 차례 있었다. 11경기를 뛰면서 서장훈이 벤치에 앉았던 시간은 1분38초에 불과했다.
서장훈 곁에는 로데릭 하니발(11경기 평균 19.0득점, 6.9리바운드, 5.2어시스트)과 에릭 마틴(11경기 15.1득점, 12.1리바운드)이 있었다. 조상현(11경기 14.9득점, 3점슛 성공률 41.2%)과 임재현(11경기 10.9득점, 4.4어시스트)도 제 몫을 했다.
SK는 문경은 감독이 지휘한 2012-2013시즌 정규리그에서도 11연승을 질주했다.
SK는 2013년 1월 말부터 2월 말까지 패배를 잊었다. 애런 헤인즈(10경기 평균 22.8득점, 8.7리바운드)가 팀 공격을 책임졌고 2년차 가드 김선형이 팀의 메인 볼핸들러 역할을 하며 이 기간 11.5득점, 6.8어시스트로 활약했다.
김선형은 이날 KCC전을 앞두고 정규리그 4라운드 MVP를 수상했는데 이는 9년 만의 라운드 혹은 월간 MVP 수상이었다. 김선형은 9년 전에도 11연승의 감격과 함께 월간 MVP(2013년 2월)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김선형은 젊었을 때는 물론이고 베테랑이 된 지금에도 변함없이 KBL 최정상급 가드다.
9년 전 SK는 3-2 형태의 지역방어로 위력을 발휘했다. 김민수와 최부경, 박상오, 변기훈 등이 공수에서 팀에 기여했고 베테랑 포인트가드 주희정도 10분 이상 코트를 누비며 팀 전력에 안정감을 심어줬다.
SK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1연승을 달렸던 2001-2002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김승현과 마르커스 힉스가 이끈 대구 동양 오리온스의 돌풍을 저지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SK는 2012-2013시즌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규리그를 제패했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에서 '만수' 유재학 감독, 양동근, 함지훈이 이끄는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무너졌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SK는 압도적인 선두이자 공수에서 빈틈을 찾기 힘든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역대 세 번째 11연승 이상을 달성한 이번 시즌 SK의 결말은 어떻게 맺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