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하락할 대로 하락했기 때문에 회복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일각에 존재하지만, 투자 환경 자체가 증시 호황기 때와는 달라진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2.44포인트(+1.57%) 오른 2750.26으로 장을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달 3일 2988.77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같은 달 27일 2614.49로 약 374포인트나 빠져 투자자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붙였다. 설 연휴 전날인 28일에는 장 초반 2600선마저 무너지면서 불안한 흐름을 보였지만 이내 회복해 3거래일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도 11.27포인트(1.26%) 상승해 902.87에 마감했다.
이런 회복세의 주요 원인으론 글로벌 증시,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호실적 발표를 자양분 삼은 미국 증시의 분위기 전환이 꼽힌다. 올해 초 15800선에서 출발한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13352.78까지 하락했지만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해 14417.55까지 회복됐다. 테슬라와 애플,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까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발표를 줄줄이 내놓으면서 긴축 공포로 짓눌린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은 결과다. 나스닥이 회복세를 보인 이 기간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다만 3일엔 이 같은 연속 상승세가 일제히 꺾여 나스닥의 경우 전 거래일 대비 -3.74% 빠진 13878.82로 장을 마감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플랫폼스'의 작년 4분기 실적과 1분기 전망치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사상 최대폭인 26.4%나 폭락, 약 276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여파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장 마감 후 미국 대표 IT기업 아마존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메타 쇼크'를 상쇄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과매도 상태에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앞서 시장 낙폭을 확대했던 요인들, 특히 미국의 통화 정책 정상화 등은 아직 본격화 되지도 않았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고조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지표에서도 변화 조짐이 확인되지 않고 있기에 불확실성은 계속 남아있는 상태"라며 "당분간 과매도 상태에서 올라가지 못하고, 변동성이 높은 상태로 지수가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매수에 나설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당장 2월 한 달 반등한다고 해서 1월 급락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투자 환경이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1분기까지는 적어도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고, 2분기가 되면 재정 문제나 기업들의 수익성 문제 등이 시장에서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손실 우려 포인트를 최대한 제거해 주는 게 중요하다. '빠졌을 때 안 사면 언제 사느냐'라는 입장으로 시장에 맞설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역시 "최근에 시장이 하락한 큰 이유는 긴축 기조 때문인데, 긴축은 속도조절을 할 뿐이지 방향성은 비가역적이다. 그렇다면 시장이 원래 추세로 복원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다만 "급락세가 멈추고 주가 바닥이 확인돼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기술적 반등에 따른 기술적 반락도 있을 것이다. 좁은 박스권 안에서 지수가 위 아래로 왔다 갔다 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속에서 개인 투자자가 이득을 보긴 상당히 어렵다. 투자를 한다면 긴축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주식을 골라 주가가 빠질 때마다 사는 분할 매수 전략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