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설전 중에 했던 말입니다. 그 믿음에 부응하고자 토론 중 나왔던 후보들의 몇 가지 발언을 CBS노컷뉴스가 바로 검증했습니다.
尹 LTV 공약 갑자기 바뀌었다?
토론 첫 주제인 '부동산 문제'에서 초반부터 부여된 시간을 많이 써버린 윤석열 후보에게, 이재명 후보가 대뜸 물었습니다. "LTV를 80으로 할 것인지 90으로 할 것인지 중요한데 아무 설명 없이 80% 주장을 하시다가 갑자기 공약을 90%로 바꾸셔서…"LTV(주택담보대출비율)란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때 담보물 가격 기준 대출액 비율을 뜻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방안으로 잇달아 거론됐던 카드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이 후보 질의 자체를 반박했습니다. "90%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80%를 초기부터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재명 후보가 덧붙인 말이 "팩트체크는 언론이 해줄 것으로 믿고요" 였습니다.
물론 윤석열 후보가 LTV 상한을 90%까지 높이기로 결론 내렸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있었습니다. JTBC는 지난달 28일 '윤석열도 LTV 90%까지…"신혼부부 등에 저리대출"' 제하 단독기사에서 윤 후보가 해당 공약을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엿새 동안 후속 보도나 공식 발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토론회 직후에는 국민의힘 측이 "공식 발표가 아닌 추정 기사일 뿐"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윤석열 후보가 LTV 공약을 갑자기 바꿨다'라는 발언은 사실과 다릅니다. 확정적으로 표현된 기사를 보고 이재명 후보가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짓'으로 판정하겠습니다.
대중 무역흑자가 연 50조원?
가장 뜨거웠던 '외교안보 분야'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무역의 2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무역수지 흑자는 연간 50조원이 발생합니다"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무역 흑자 규모는 242억 9764만달러, 우리 돈으로 대략 29조원에 해당합니다.
그전까지는 거의 50조원을 넘겨왔는데 지난 2019년 34조원으로 토막 난 뒤 최근까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는 모습입니다.
역시 '거짓'으로 판정하겠습니다.
美에서 '추가 사드' 필요 없다고 했다?
외교안보 토론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가장 뜨겁게 맞붙었던 대목은 바로 '추가 사드' 이슈였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제안한 '사드 추가배치' 공약을 이재명 후보가 강하게 비판하면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이재명>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추가 사드'가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왜 그 말씀을 계속…안보불안 조성해서 표 얻으려다 경제 망친다는 지적이 있는데.
◆ 윤석열> 주한 전 브룩스 사령관 얘기는 성주에 있는 사드를 패트리엇이라든가 저층 방어 시스템하고 연계를 했을 때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그분이 사드 추가배치가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브룩스 전 사령관 발언은 지난해 11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 나옵니다. 이 매체는 '브룩스 전 사령관 "한국에 '사드' 추가배치 불필요"' 제하 기사에서 "브룩스 전 사령관이 한국에 사드를 추가로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소개했습니다.
해당 보도에 그런 취지의 발언이 직접 인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브룩스 전 장관 목소리는 딱 이 대목만 우리말 더빙과 함께 제시돼 있습니다.
"사드는 한국에 (저고도 미사일용인) 패트리엇 미사일방어체계 레이더와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인) 한국의 그린파인(Green Pine) 레이더 등 다른 미사일방어 시스템과 통합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더 나은 통합방어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인용되진 않았지만 인터뷰 중 '추가 사드'가 필요 없다는 대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엄밀하게 따지면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브룩스 전 사령관이 추가 사드는 필요 없다고 했다'는 이재명 후보 발언은 '절반의 사실'로 판정하겠습니다.
이재명이 재벌해체 외쳤다?
경제 주제 주도권 토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재벌 관련 과거 발언이 화제였습니다. 먼저 윤석열 후보가 이 후보를 향해 "2017년 대선 출마 전후 '재벌 해체'에 목숨을 건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 생각이냐"며 이 얘기를 끄집어냈습니다.이 후보가 "정확히는 재벌 '체제'를 해체하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심상정 후보가 5년 전 이 후보와 광장에서 '재벌 해체'를 외쳤다고 밝히면서 견제구를 날렸습니다.
과거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언론 보도에는 '재벌 해체'라는 표현이 일부 있었습니다.
2017년 1월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이재명이 만들고 싶은 나라는 아무도 억울한 사람이 없는 공정한 나라다. 이를 위해 최고권력인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 저야말로 재벌해체로 공정경제를 만들 유일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다만 이 발언을 비롯해 그가 썼던 표현의 원문은 대부분 '재벌 체제 해체'였습니다.
"재벌체제에 대한 근본적 대수술(16. 12. 6 페이스북)", "재벌 체제 해체를 통해(17. 1. 11 SBS 인터뷰)", "촛불 민심은 재벌체제 해체를 요구했다(17. 1. 13 페이스북)", "재벌체제 혁파 없이는(17. 1. 14 나주 강연)", "재벌 체제 해체는 재벌 기업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17. 1. 15 손가혁 출정식)"
이밖에 같은 인터뷰나 게시글을 두고도 언론마다 '재벌체제 해체'나 '재벌해체'로 다르게 보도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편집방침이나 기사구성에 맞게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 후보가 '재벌 해체'를 외쳤다는 윤 후보 발언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최저임금·주52시간 폐지 얘기 안 했다?
토론회 막판 윤석열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향해 "사실하고 다른 얘기로 너무 네거티브를 심하게 하시는 것 같다"며 이렇게 쏘아붙였습니다. "정확하게 알고 나와야 하는데 저는 최저임금제 폐지 얘기해 본 적도 없고 주 52시간 폐지 얘기한 적도 없고…"좋습니다. 윤 후보 과거 발언 뜯어봅니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나 공개 발언을 통해 관련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는데 대표적인 게 지난해 11월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였습니다.
"(기업인들로부터) 최저시급제라든지 주 52시간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지장이 정말 많고 탁상공론 때문에 중소기업 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잘 들었다. 비현실적 제도들은 다 철폐해 나가도록 하겠다"
최저시급·주52시간이라는 단어와 '철폐'라는 단어가 다른 문장에 담겨 있긴 하지만 붙여서 이해될 여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노사 합의를 통해 유연하게 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중소기업계의 요청을 잘 고려하겠다는 취지였다"는 차후의 해명이 공허하게 들렸던 이유입니다.
'그런 얘기 안 했다'는 윤 후보의 토론회 발언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