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법인·외지인이 공시가격 1억 원 이하인 아파트(이하 '저가아파트')를 집중매수한 사례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했던 실거래 기획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2020년 7·10 대책에서 법인·다주택자의 주택 취득세를 최대 12%로 높였지만,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빼놓았다.
이런 저가 아파트를 수십 채씩 사들여도 기본 취득세율 1.0%(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포함 시 1.1%)만 적용받게 됐지만, 정부는 '저가 아파트는 투기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방심했다.
하지만 7·10 대책 이후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저가아파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과 거래량이 치솟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고, 결국 약 1년이 지나서야 정부가 뒤늦게 조사에 나섰던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저가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 약 9만 건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해당 시기 법인·외지인의 거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7월 법인·외지인 거래 비중은 29.6%에 불과했지만, 2020년 12월에는 36.8%로, 지난해 8월에는 51.4%로 치솟았다.
법인·외지인의 평균 매수가격은 1억 233만 원으로, 저가아파트 매수자금 중 자기자금의 비율은 29.8%, 임대보증금 승계금액의 비율은 59.9%였다. 통상적인 아파트 거래에서 평균 자기자금(48.1%), 임대보증금 승계금액(23.9%)의 비율과 비교해보면 자기자금은 절반 수준인 반면 임대보증금은 2배 이상 높았던 셈이다.
또 조사 기간 법인·외지인이 단기 매수·매도한 경우는 6407건으로, 평균 매매차익은 1745만 원이었다. 이 또한 전체 저가아파트 거래의 평균차익 1446만 원보다 20.7%나 높았다.
단기 매수·매도한 경우 평균 보유기간은 129일(약 4개월)에 불과했고, 매도 상대방은 현지인(40.7%)이 가장 많았다. 법인‧외지인의 매수가 집중된 지역은 천안‧아산(약 8천 건), 부산‧창원(약 7천 건), 인천‧부천(약 6천 건), 청주(약 5천 건), 광주(약 4천 건) 등이 꼽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일부 법인·외지인이 저가아파트를 '갭투기'로 매집해 거래가격을 높이고, 단기간에 실수요자에게 매도해서 높은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거래가액 중 임대보증금 비율이 높아 향후 집값 하락 시 '깡통전세'의 우려도 있다"고 봤다.
대표적 사례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가 '갭투기'를 이용해 저가아파트 12채를 매수했는데,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자기자금은 모두 아버지에게 송금받아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경우가 적발됐다.
또 법인이 임대보증금 승계 방식으로 저가아파트 33채를 사들이면서, 자기자금은 대표 개인에서 전액 조달하는 탈세 의심 사례나, 기업자금대출로 저가아파트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도 있었다.
국토부는 적발한 위법의심거래 570건을 경찰청‧국세청‧금융위,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범죄 수사,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처분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