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월에만 7차례나 기록적인 횟수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마지막 발사인 지난달 30일에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까지 동원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압박 수위를 높이며 핵실험 재개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잠정유예 해제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한 셈이다.
北, 1월에만 7차례 미사일 도발 수위 높이며 모라토리엄 파기 압박
유엔은 북한이 이미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북한의 화성-12형 발사에 대해 모라토리엄 파기이자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오는 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이 임박한 가운데 북한이 단시일 내에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일단 낮아 보인다.
따라서 베이징 올림픽 기간(4~20일)에 이어 내달 9일 한국의 대통령선거까지는 미국 등 주변 상황을 살피며 추가 행동을 모색할 숨고르기 기간이 될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의 대선이 북한의 핵심 고려사항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 대해 강경한 보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한국 대선까지는 고강도 무력시위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3월 대선 후~4월 김일성 생일 최대 고비…북미 '강대강'에 돌파구 묘연
그러나 대선 이후 김일성 탄생 110주년을 맞는 4월 15일까지 한 달여 동안은 북한발 위협이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마침 이 시기에는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강대강' 원칙으로 확고히 돌아선 북한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 없는 대화'를 고수하는 미국의 태도로 미뤄 구조적으로 상황 타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행보는 미국과의 '대화 재개용 관심 끌기' 차원을 넘어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연초부터 몰아치는 핵미사일 시험의 분명한 목적은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군축 또는 군비제한 회담을 시행하는 것"이라며 "제재 해제, 김정은 업적 과시, 미국 관심 끌기 등은 부차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어느 나라든 조선(북한)에서 진행되는 미사일 시험발사나 검수사격을 걸고들지만 않는다면, 조선의 주권 행사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조선반도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행보가 자위권 확보라는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 행사임을 강조하며 '이중기준' 철회를 관철하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화성-12형 발사라는 중대 기사를 노동신문 3면에 간단히 게재하고 대남, 대미 비난도 없었던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의식적으로 관심을 낮추는 모습은 오히려 정당화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美, 대안 없이 '조건없는 대화'만 외치면 더 큰 위기 봉착"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는 단지 시간문제로 보인다. 물론 지금이라도 미국이 전향적 대북 접근을 통해 고삐를 죄일 수는 있겠지만 비용은 과거에 비해 훨씬 커졌다.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현상유지에 치중해온 사이에 북한 핵‧미사일 능력은 놀랄 만큼 급신장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자 제재나 서방국의 협조는 가능하지만 이미 최대치에 이른 대북제재에 추가할 여지도 별로 없다.
북한으로선 트럼프 시절의 협상 결과로서 '선결적 주동적 신뢰구축 조치'를 취했건만 돌아온 것은 '적대시 정책'뿐이라는 분노로부터 비롯된 결기를 최근 국제정세를 이용해 대미 장기전으로 표출하는 양상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안 없이 계속 '조건없는 대화'만 외칠 경우 갈수록 더 커다란 정치, 외교적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