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업무와는 관련이 적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이 전체 구성원의 절반 가까운 데다 잦은 인력 교체로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절반은 파견공무원…전문인력 부족에 '조사부담' 가중
2일 진화위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화위의 인원은 187명이다. 이중 조사 경력을 갖춘 별정직은 73명(39%)이다. 이에 비해 정부부처와 지자체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은 77명으로 41%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7명은 정무직 임원 혹은 사무보조 직원들이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전체 72명 중 파견공무원이 14명(19%)이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25명 중 20명(16%)이 파견공무원이다. 다른 조사위원회들에 비해 진화위의 경우 파견공무원에 의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은 셈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은 법무·수사·기록물관리 등 실무경력을 갖춘 별정직을 최대 75명까지만 채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나머지 필요한 조사인력은 파견공무원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인력 구성은 진화위의 핵심 업무인 진상 규명 작업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조사 업무를 해본 적 없는 행정직 공무원들로서는 수십 년 전 사건의 조사 방향을 설정하고,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진화위가 1기 위원회 이후 사건이 감소할 것으로 오판해 스스로 인력을 줄인 것도 조사 인력 확보를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된다. 2기 진화위는 1기 당시 129명이던 조사관 수를 106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난해 9월까지 접수된 사건은 1기 때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조사관 수는 줄고 사건은 늘면서 조사관 1인당 배당 사건 수도 94건으로 42건이었던 1기 때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한 조사관은 "현장에 투입할 조사관은 턱없이 부족한데 사건은 매달 늘고 있어 도저히 감당히 안 된다"며 "이러다 유족들 한을 풀어줄 골든타임을 놓칠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배치 1년 만에 인사교체, '불안한' 인력 배치
공무원 특성상 인사 발령으로 인한 잦은 인력 교체 문제도 진화위가 직면한 난제다. 워낙 오래됐고, 조사량도 방대한 사건들이 많은 상황에서 1년 단위로 거쳐가는 공무원들에게 제대로된 업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2기 진화위 파견공무원의 60% 정도는 지난해 12월 정기인사로 기존 소속 기관에 돌아갔다. 다른 공무원들도 1년 임기에 맞춰 복귀할 예정이다.
또한 10개 부서장(과장급) 가운데 절반인 5명도 파견공무원으로 이들마저 1년 만에 복귀 명령이 내려지면서, 담당 사건들의 조사 유지조차 힘든 상태다. 지난달 한 부서장이 복귀하면서 해당 부서 조사업무는 보름 넘게 중지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진화위 내부에서는 1년 단위의 잦은 인력 교체로 조사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조사관은 "조사를 지도할 부서장이든 동료 조사관이든 인사철마다 바뀌니까 혼란스럽다"며 "조직이 한시적 기구인데 인력배치마저 불안하니 일할 의욕이 나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인사규정 개정 시급…진화위 "전문성 중심 개편 추진"
이를 위해 인사규정에 대한 관련 법 시행령 개정을 급선무로 꼽았다.
1기 진화위 상임위원 출신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업무에 적합한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조사를 이어가야 하는데 그간 주먹구구식 인력배치가 되풀이됐다"며 "인사규정에 관한 시행령부터 개정해 전문인력과 임기를 최대한 늘려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2기 진화위 측은 업무체계를 진단하고 조직을 재설계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 중으로, 결과가 도출되면 행정안전부와 함께 조직구성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진화위 관계자는 "조사기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방대한 사건, 수많은 참고인들을 조사하려면 안정적인 전문인력 배치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