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서울 중구 신변보호 여성 살해 사건 등 스토킹범죄에 잇따른 강력 사건으로 경찰이 대책 마련에 부심했지만, 정작 최상급 기관인 경찰청 내 기능 간 '장벽'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있어 수사와 정책 마련이 긴밀하게 소통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청 내 사회적 약자 범죄 수사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서 담당하는 반면, 관련 정책 마련은 생활안전국 소관이다.
경찰청과 달리 시도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의 경우 여성청소년과 내에 여성청소년계, 여청청소년수사대가 함께 있어 정책 마련과 수사, 피해자 보호가 한 묶음으로 연계된 상태다. 경찰청의 지휘 체계와 '엇박자'를 이루고 있어, 결국 사회적 약자 범죄와 정책 마련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은 수사와 정책 '분리' 시도청·일선서는 '소통'…지휘체계 엇박자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내 스토킹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이버성폭력 등의 수사는 국수본에서 담당하고 있다. 반면 여성 안전,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예방 정책 및 대책 마련 등은 생활안전국 소관이다.
시도경찰청청과 일선 경찰서의 경우 여성청소년과 내에 여성청소년계와 여성청소년수사대가 함께 있다. 여성청소년계의 경우 피해자 보호 및 예방 업무를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스토킹범죄 등 수사를 담당한다. 국이 다른 경찰청과 달리 같은 과 내에서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휘 체계'에서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시도청이나 일선서에서 수사와 정책이 함께 논의되는 사안이 상급 기관인 경찰청으로 넘어올 경우 국수본과 생안국이 그때마다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국수본의 경우 여성청소년수사대를 지휘하고, 생안국은 여성청소년계를 지휘하기에 지시 통로 역시 '두 갈래'로 갈라지는 형태다.
시도청과 일선서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이러한 '엇박자'를 지적하고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일선서에서 수사와 정책을 함께 논의해도 본청에 여러 건의 사항들을 올려 보내야 할때는 수사 내용을 이렇게 공유하는 게 맞는지 문의해볼 수밖에 없다"며 "수사는 국수본 지침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여러 제약 사안이 있고 눈치를 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복잡한 지휘 체계는 지난해 1월 시행된 경찰 개혁에 따라 공고해진 모양새다. 경찰 업무는 한 조직 내 '국가·수사·자치경찰'로 나뉘어 '한지붕 세가족' 형태를 띄고 있다. 국가경찰 업무는 경찰청장이, 자치경찰 업무는 시도지사 소속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수사 업무는 국수본부장이 지휘·감독하고 있다. 이를 비춰보면 생안국(국가경찰사무), 국수본(수사경찰사무), 시도청 및 일선서 여성청소년과 내 여성청소년계(자치경찰사무), 여성청소년수사대(수사경찰사무)로 나눠져 있는 셈이다.
수사와 정책 긴밀한 소통 필요…'컨트롤타워' 목소리도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신변보호 여성 살해 사건에 이어 12월 송파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 사건 등 강력 사건이 연이어 터진 가운데 경찰은 대응력과 피해자 보호, 예방 측면에서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경찰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대책 논의를 해왔고,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 관계성 범죄에 있어서 즉각 위험성을 판단하는 한편, 피해자 보호 조치를 즉시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내부 지휘 체계를 면밀히 다듬지 않고는 수사, 예방, 피해자 보호, 정책 마련 등이 함께 가는 '원스톱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수본의 경우 수사 내용을 공유하기 꺼려하고 생안국은 정책 마련에 있어 '공회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선에서는 수사와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013년 여성청소년 관련 기능에 수사 기능을 접목한 '여성청소년국' 신설을 추진한 바 있다. 2017년 역시 여성청소년국 신설 등 직제개편이 담긴 2018년 소요정원 요구안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여전히 스토킹범죄, 데이트폭력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휘 체계는 뒤죽박죽한 부분이 있다"며 "원스톱 서비스를 마련할 방안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