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업종 특성상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안전 전담 부서를 신설하거나 담당 임원의 직급을 높이고 관련 인력과 예산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아울러 법 시행일부터 설 연휴까지 긴 공사 중단에 나선 건설사들도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쏟아지는 대응책의 이면에는 불의의 사고로 중대재해법 '조사 대상 1호'가 되는 것을 피하자는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다.
법 시행일 앞두고 전례 없는 공사 현장 셧 다운
건설사들이 전례 없는 긴 연휴에 들어가는 것은 '제2의 HDC현대산업개발'로 낙인 찍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건설업에 대한 여론이 싸늘한 가운데 자칫 사고를 냈다간 치명타를 입을 것이란 분위기가 업계에 팽배하다. 특히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조항이 많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고가 날 경우 해당 법이 과도하게 엄격히 적용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 중단에 따라 공사 기간 연장과 그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현산 사고 후 여론이 기업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를 내면 기업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법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조항이 많은 중대재해법 '1호 조사기업'이 되면 법 위에 있는 '국민정서법'이 적용되며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안전 관련 제도·조직 신설 및 확대개편…인력 충원도
현대건설도 기존의 '안전기획팀'을 지난해 본부급인 '안전기획실'로 승격시켜 관련 기능을 강화했다. CSO를 기존 상무급에서 전무급으로 직급을 승격시켰고, 전체적·포괄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사안을 관리하고 있다. GS건설도 대표이사 직속 최고안전책임자(CSO)에 안전보건 관련 최종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터널과 고속도로, 항만 등 인프라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소장제도'를 신설했다. 롯데건설도 기존 안전·보건 부문을 대표 직속의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했다.
안전관리사 관련 공고도 급증하고 있다. 건설업 전문 취업 포털 '건설워커'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안전관리자 관련 공고수는 275건으로 지난해 12월을 통틀어 기록한 112건보다 많다.
건설 현장에 로봇 투입 등 무인화도 가속화
업계에서는 안전 관련 조직 개편과 무인화 등 산업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업종의 특성상 한계는 있다며 법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중대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책임자를 중심으로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처벌 받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느슨한 그물망 같은 법 조항이 유지되는 한 사고가 난 뒤 여론에 따라 기업에 대한 마녀사냥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호한 법 조항이 많아서 법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앞서 적발된 기업의 사례를 보면서 사고가 생겼을 때 대응법을 마련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적어도 1호 조사 기업 만은 피해야한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