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인 가운데 타워크레인 해체작업 일정이 당초보다 길어졌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21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이 70% 가량 완료됐다"라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200톤 크레인 2호기를 이용해 RCS(Rail Climbing System) 폼 거동방지 고정 작업을 시행하고 해체 타워크레인 8단 브레이싱(지지대) 탈락 방지를 위한 체인 블록 설치를 했다.
이후 작업을 이어가 이날 오후 6시까지 타워크레인 해체를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타워크레인에 인접한 옹벽에 80㎜ 가량 변이가 발생하면서 3시간에 걸친 안정화작업이 추가로 이뤄졌다.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은 무게추와 붐대(크레인의 팔 부분), 조종실을 순차적으로 분리하는 공정으로 진행되며 붕괴 건물 시공사이자 장비 임차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담당한다.
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7시까지 55m 길이의 붐대을 해체하고 이후 남은 무게추를 해체하는 작업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조정실 등 남은 부분은 오는 22일 오전 해체에 들어간다.
대책본부는 사고 인근 동·서·남·북 반경 79m 구역에 대해 타워크레인이 넘어질 위험성을 고려해 대피령을 내렸다.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건물 내 수색도 중단된다.
타워크레인 해체 등의 조치가 완료되면 남은 실종자 5명이 매몰돼있을 가능성이 높은 붕괴 건물 상층부 수색을 본격화한다.
대책본부는 앞서 설계·시공·안전 분야의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외벽 안정성 확보와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을 마친 뒤 상층부 수색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박범계 장관 "철저한 수사로 사고 책임 엄정하게 규명할 것"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철저한 수사와 함께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약속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사고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엄정하게 규명하겠다"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해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 붕괴 참사에 이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붕괴로 인해 실종자와 고인이 발생했다"며 "실종자 5명을 조속히 찾아야 하고 고인이 되신 분의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송구한 말씀과 위로의 말씀 올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도 무단 용도변경, 양생기간 미준수, 동바리 미사용 같은 중점 사안들이 있는 만큼 검찰, 경찰, 노동청이 유기적인 수사협력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경찰, 압수물 정밀 분석·책임자 규명 본격화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대량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책임자 규명을 위한 수사를 본격 진행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현대산업개발 본사를 비롯해 이번 사고와 관련된 업체들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직후 수사본부를 구성한 이후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A(49)씨를 포함해 현대산업개발 직원 총 6명과 감리자 3명,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 총 10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와 건축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또 현대산업개발 본사를 비롯해 설계 사무소와 자재업체, 감리업체, 하청업체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통해 공사의 안전, 계약 등과 관련한 서류 일체를 확보했다.
경찰은 붕괴 아파트 인허가 등을 내준 광주 서구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작업 지시', '불량 콘크리트 등 부적합한 자재 사용', '무단 설계 변경' 등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 압수물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향후 소환 조사를 진행해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현대산업개발 직원들은 수색 현장에 투입되는 관계로 소환 일정 등이 미뤄지고 있다. 경찰은 수사 진행에 다소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우선 확보된 서류와 현장 잔해물 등 증거 위주의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등록 말소'부터 해명까지 현산 관련 국민청원 쏟아져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한 국민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 대한 비난과 건설 현장 관리감독 강화 요구에서부터 현산이 작업하는 모든 현장이 부실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까지, 이번 사고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장연주 광주시의원(정의당)은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살인기업! 현대산업개발 영구 퇴출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을 올렸다.
장 의원은 "학동 참사 7개월 만에 또 대형 붕괴사고를 일으킨 현산에 건설사업권을 승인하는 것은 살인면허를 유지해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현산을 제대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이 부여한 권한으로 살인 기업을 영구 퇴출하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현산 측이 현장 수습에 소극적이라는 실종자 가족의 청원도 게시됐다.
자신을 실종자 가족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산 측은 실종자 수색작업 보다 부실공사 해명과 책임 회피, 재시공 관련 일에만 급급하다"며 "조속히 장비와 인력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져 저 추운 곳에서 하루빨리 저희 가족이 나올 수 있게 도와 달라"라고 호소했다.
건설사에 대한 품질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사고 관련한 품질관리자 문제점을 시정해 주세요'라는 청원글에는 "현산과 관련을 비롯한 상위 건설사에 대한 품질관리 체계를 강화해 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이 청원인은 "앞으로도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라며 "정부에서 강력한 조치 취해 품질관리 보다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 극대화에만 힘쓰는 건설사를 처벌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현산이 이번 사고에 대한 수습과 보상에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청원인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HDC현대산업개발 직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신을 입사 10년 차 미만의 건축직 직원이라고 밝히며 "유가족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청원인은 "부실시공이라면 당연히 책임을 통감하고 철거 및 재시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모든 아이파크 현장이 결코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존폐 위기에 직면해있지만 결코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이번을 계기로 회사도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것"이라며 "제가 아는 현산은 언론에 보도된 만큼 부실기업이 아닌 기술자의 사명과 신뢰로 노력하는 기업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