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는 18일 CJ 그룹 이재현 회장의 집 앞을 찾았다. 노조는 "이재현 회장이 나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J대한통운이 노조와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이유는 재촐 총수인 이 회장의 지시와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
노조는 "CJ대한통운은 설 택배대란을 막기 위한 노조의 대화 제안을 거부했다"며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위한 요금 인상분 절반을 이윤으로 가져간 주체는 CJ대한통운"이라고 지적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번주 안으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설 택배대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담판을 위해 단식농성 장소를 이재현 회장 자택 앞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대한통운 노조와 대화 나서야" 대한통운 "대화 대신 대화 '지원'"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합의에 따라 인상한 요금을 택배기사에게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합의에 따른 분류작업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택배기사의 몫이라고 폭로했다.또 "노조와 대리점연합회 간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CJ대한통운이 가짜뉴스를 퍼뜨려 자신들은 공식 협상에서 빠질 명분쌓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은 자신들의 사회적 합의 위반을 사과하고 노조와의 대화의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입장문을 내고 노조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CJ대한통운은 "파업이 3주차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명분 없는 파업을 중단하고 택배 배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대한통운은 택배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며 "업계 전체의 합의 이행 수준을 높이기 우해 선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직접 대화'에는 선을 그었다.
택배기사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기 때문에 협상의 대상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아닌 대리점이라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이고 계약 당사자인 대리점을 제외하고 교섭에 나서는 건 하도급법 위반"이라며 "대리점연합회와 노조가 원만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파업 장기화에 소비자들 분통 "내 택배를 마음대로…사실상 절도"
길어지는 파업에 소비자들과 소상공인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주부 정모(43)씨는 "설 선물 주문했는데 CJ대한통운 파업하는 지역은 타 택배도 가이 파업하기로 해서 아예 발송이 안 된다고 하더라"며 "요즘 필요한 물품은 죄다 쿠팡으로만 시키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는 "내 돈 주고 산 물건을 왜 자기들이 마음대로 가지고 있냐"며 "사실상 절도 아니냐"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CJ대한통운에 이어 우체국택배와 롯데택배 노조도 14일부터 파업 지역의 계약소포 접수를 중단했다. 한진은 해당 지역 중 일부는 부분 제한, 일부는 택배접수를 중단했다.
우체국본부 조합원도 1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합의가 전면 시행되기로 한 새해 들어서도 우체국에서는 개인별 분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택배 기사들이 계속 분류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며 파업과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원청과 노조 사이에서 숨죽이고 있던 대리점연합회도 직접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19일 오전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교섭을 통해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노조와 교감이 있었지만 노조측이 합의된 사항 이외에 수수료 등 플러스 알파를 요구했다"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체 택배사를 대상으로 사회적 합의 불이행 부분을 전수조사해 국민들에게 공개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